[천자칼럼] 수학교육 국가책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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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08 17:49 수정2025.05.08 17:49 지면A35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를 설립한 량원펑은 ‘AI는 돈 많은 빅테크만 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는 편견을 깨트린 인물이다. 그는 중학교 때 독학으로 미적분을 뗀 수학 천재로, 사회에 나온 후에도 수학과 관련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했다.

[천자칼럼] 수학교육 국가책임제

대학을 졸업한 량원펑이 2013년 설립한 회사가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투자회사 야코비(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의 전신)다. 독일 수학자 카를 구스타프 야코프 야코비에서 사명을 따왔다. 야코비는 행렬, 벡터 등 선형대수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2023년 하이플라이어에서 분사한 딥시크도 ‘수학 기업’으로 분류된다. AI의 예측과 생성, 추론 기능은 입력값(데이터)과 출력값(결과물) 간 함수로 표현되는데, 이 함수를 병렬적으로 무수히 배치하는 기법이 선형대수다.

미국 빅테크 창업자 중에도 수학 전공자가 수두룩하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등이 대표적이다. 수학 괴짜들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례가 많은 것은 주요 첨단 기술의 근간이 수학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주선의 궤도 계산이나 자율주행차의 경로 최적화는 수학을 모르면 손도 대기 힘들다.

수학을 기반으로 한 첨단 기술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이 수학 교육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한국은 수십 년째 바뀌는 게 없다.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같은 강의실 모여 수학능력시험에 나올 법한 중간 난도 문제를 반복적으로 푸는 것이 교육의 현주소다. 한국에 유독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개념을 모르는 상태에서 문제 풀이만 시키기 때문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수학교육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수업이 가능하도록 분반을 운영하는 게 핵심이다. 학생 5명당 교사 1명을 배치해 수준에 맞는 수학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의 공약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AI를 말하고, 반도체를 말하지만 정작 그 바탕이 되는 수학은 붕괴하고 있다”는 그의 문제의식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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