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어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 5단체장과 간담회를 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민생을 살리는 일의 핵심은 경제를 살리는 것이고 경제를 살리는 일의 중심은 기업”이라고 말했다. “경제, 산업 문제를 정부가 끌고 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도 했다. 하나같이 맞는 말이고 정확한 방향이다.
문제는 이 후보의 기업관과 경제철학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10일 대선 후보 출마 유튜브 영상에서 ‘국가 주도 성장’을 화두로 제시했다. 국부펀드로 한국판 엔비디아를 만들어 30% 지분을 국민에게 나눠주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최근 전국 각지를 돌며 현금살포성 공약도 남발하고 있다. 어제 말한 ‘민간 주도 성장’과는 결이 다른 얘기로 볼 수밖에 없다.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에 대해서도 이 후보가 “긴급 재정 명령으로 시행할 수 없으며 노사가 대화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했지만 경제계 우려는 여전하다. 이 후보가 지난 1일 한국노총과 맺은 정책협약에 65세 정년 연장 법제화와 주 4.5일제가 7대 과제에 포함돼 있어서다. 민주당은 특히 정년 연장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법 개정 준비작업에 나선 상태다. 경제계에선 이 후보가 기업들 앞에선 친화적 발언을 하지만, 결국엔 노조 쪽으로 기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손 회장이 어제 “일률적 법정 정년 연장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주 4.5일제 노사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고민해 달라”고 재차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류 회장은 “인공지능(AI), 로봇 같은 신산업 육성이 절실하다. 정부가 직접 인프라를 지원하고 세제 개선으로 투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건의했다. 석유화학 같은 위기 산업의 구조개혁 지원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산업 육성이든, 산업 재편이든 그에 걸맞은 제도적 정비와 기득권 양보가 불가피하다. 이 후보 같은 정치인들이 기업들의 이런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으면 작금의 경제난을 타개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