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사건에는 결정적 제보자가 있었다. 일절 신원이 비밀에 부쳐져 ‘딥 스로트’로만 불렸다. 정체가 FBI 전 부국장 마크 펠트로 밝혀진 것은 사건 발생 33년 만인 2005년 미국 한 잡지의 특종 보도를 통해서다. 시사 잡지보다 연예·패션지 성격이 더 강한 ‘베니티 페어(Vanity Fair)’다.
베니티 페어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막강한 매체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리는 매년 4월호에는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한데 모아 커버 사진을 싣는다. 우마 서먼, 니콜 키드먼, 기네스 펠트로 등이 잠옷 콘셉트로 참여한 적도 있다. 톰 행크스, 해리슨 포드, 잭 니컬슨, 브래드 피트 등이 ‘할리우드의 왕’이란 타이틀로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타임 100대 사진’으로 꼽힌 데미 무어의 만삭 누드 사진 역시 이 잡지 표지에 실린 것이다.
미국 고소득층 여성 독자를 중심으로 매달 100만 부 이상 팔린다고 한다. 연예가 소식뿐 아니라 정치·경제·문화계의 심층 보도가 수준 높은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딥 스로트 외에 실리콘밸리 최대 사기 행각 ‘테라노스 사건’의 장본인 엘리자베스 홈스의 기행을 낱낱이 추적 보도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얼마 전 또 한 방을 터뜨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복 ‘얼음공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인터뷰로 워싱턴 조야를 흔들고 있다.
와일스는 트럼프가 술을 입에도 대지 않지만 ‘알코올 중독자의 성격’을 지녔다고 했다. 과도한 자신감에 따른 통제불능적 성격을 지적한 듯하다. JD 밴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10년 동안 음모론자’로 표현했다. 정치적 기회주의자라는 뉘앙스다. 인터뷰 기사가 나간 후 백악관 관계자들의 반응 중 재미있는 것은 “왜 하필 베니티 페어였냐”는 것이다. 베니티 페어는 트럼프가 2016년 당선 직후 “망해가는 잡지”라고 공격하자, “트럼프가 싫어하는 잡지”로 맞서 구독자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멜라니 트럼프를 표지 모델로 검토했다가 직원들이 사표를 쓰자 접은 적도 있다. 베니티 페어는 존 번연의 <천로역정> 속 ‘허영의 시장’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번에는 백악관이라는 허영의 시장에서 일어나는 백태를 다룬 것인가.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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