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못 믿을 출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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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못 믿을 출구조사

현대적 출구조사의 역사는 1967년 미국 켄터키주지사 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론조사 전문가 워런 미토프스키가 CBS 방송사 의뢰를 받아 투표소에서 나오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선거 예측용 출구조사를 했다.

한국에서는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이 처음으로 출구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투표소에서 5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만 조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전화 면접에 가까운 형태였다. 투표소 인근에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이뤄졌다. 이후 2002년 대선(노무현 후보 당선) 때는 실제 득표율을 거의 그대로 맞혀 ‘과학적 통계’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게 최근 출구조사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구조사는 당혹감을 안길 정도였다. 본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지상파 방송 출구조사에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51.4%,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46.0%로 예측됐다. 오차범위를 넘어선 격차로 정 후보 우세를 전망했으나 결국 오 후보가 전세를 뒤집으며 당선됐다.

전문가들은 사전투표제 도입으로 출구조사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사전투표일에는 출구조사를 할 수 없어 조사업체들은 과거 투표 성향 데이터와 당일 전화조사 등을 결합해 ‘사전투표자 보정치’를 적용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처럼 투표율 변동 폭이 크거나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세대별·정치 성향별 결집도가 예측 모델과 다르게 흘러가면 오류가 커질 수 있다.

정치적 양극화 심화로 인한 유권자의 회피성 답변도 조사 왜곡을 낳는다. 이른바 ‘샤이보수’층이나 견제·일꾼론의 틈바구니에서 속내를 감춘 유권자들이 질문을 거부하거나 반대로 응답하는 사례도 있다.

출구조사는 선거 결과를 가장 빠르게 예측하는 공적 지표다. 신뢰도가 걸린 문제다. 예측이 자꾸만 빗나간다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조사를 지속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사전투표 보정 모델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유권자 심리 변화를 반영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정밀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민심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없다.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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