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디트로이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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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디트로이트 미술관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떠올리면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가 교차한다. 하나는 20세기 중반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를 필두로 세계 자동차산업을 호령하던 ‘모터시티’의 찬란한 영광이고, 다른 하나는 2013년 도시 파산까지 선언해야 했던 쇠락한 ‘러스트벨트’의 슬픈 풍경이다. 이 공업도시 심장부에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보스턴미술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 5대 미술관이 숨 쉬고 있다. 서양 근현대 미술의 위대한 유산을 품은 디트로이트미술관이다.

디트로이트미술관의 역사는 도시의 흥망성쇠와 궤를 같이했다. 20세기 초·중반 막강한 부를 축적한 디트로이트는 산업과 디자인, 창의성의 중심지였다. 이 시기 자본가와 시민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어 세계 걸작을 사들였다. 미국 공공 미술관 중 최초로 빈센트 반 고흐 작품을 구입한 곳도 디트로이트미술관이다. 살바도르 살로르폰스 관장의 말대로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거장의 명작은 100여 년 전 당시 디트로이트 시민이 미래를 내다보고 수집한 동시대 예술의 정수다. 국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 컬렉터의 자발적 기부와 자선 문화로 일궈낸 결실이다.

위기도 있었다. 2013년 디트로이트가 파산 보호를 신청할 당시 재정난을 메우기 위해 미술관 소장품을 경매에 넘겨야 한다는 압박이 거셌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기업, 문화재단이 8억달러가 넘는 기금을 모으는 대타협을 이뤄 작품을 지켜냈다. 이 눈물겨운 캠페인을 계기로 미술관은 시 소유에서 독립 비영리 법인으로 거듭났다. 디트로이트 역시 새로운 건물과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며 도시 재생을 이뤘다. 미술관 중앙 홀을 장식한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디트로이트 산업’이 묘사한 것처럼 기계와 인간의 공존을 꿈꾸는 도시로 재도약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미술관의 위대한 작품들이 서울에 모였다. 지난달 말 개막한 ‘인상주의를 넘어: 디트로이트 미술관 걸작전’이 오는 8월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르누아르, 고흐, 피카소, 마티스 등 서양 미술사를 상징하는 거장의 원화 52점을 선보인다. 시대를 초월한 명작이 건네는 깊은 울림을 현장에서 느껴볼 소중한 기회다.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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