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독재자들의 '장수'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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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04 17:45 수정2025.09.04 17:45 지면A37

[천자칼럼] 독재자들의 '장수' 욕심

무협소설에 ‘환로반동(還老返童)’이라는 말이 종종 등장한다. 고강한 무공을 지닌 나이 든 고수가 천하의 영약과 비술을 통해 젊은이의 몸으로 되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서양에는 ‘젊음의 샘’에 대한 전설이 여러 기록에 등장한다. 마시거나 몸을 담그면 젊음을 되찾게 해준다는 회춘의 샘이다. 진시황이 탐한 ‘불로장생’까지는 아니어도 장수와 젊고 건강한 육체를 꿈꾸는 건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100년도 못사는 인간이….” 사람들의 탐욕을 꾸짖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실제로 의료 환경, 영양 상태 등이 양호한 선진국들도 평균 수명은 80대 초반 정도다. 홍콩,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장수 국가인 한국이 84.4세다. 공식적인 세계 최장수 기록은 122세까지 산 프랑스 여성이다. 대다수 과학자가 130세 정도를 인간 수명의 한계라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15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공지능(AI)이 50~100년 걸릴 생물학·의학 연구를 5~10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제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장에 입장하며 나눈 ‘생명 연장’에 대한 대화가 우연히 포착돼 화제가 됐다. 푸틴이 “생명공학 발전으로 인간 장기를 지속해서 이식할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이 점점 더 젊게 살고 심지어 불로불사도 할 수 있다”고 하자, 시진핑은 “이번 세기에는 15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예측이 있다”고 답했다. 70대인 두 독재자의 장수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행사에 함께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에 끼었다면 ‘만수무강연구소’를 자랑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씨 일가의 무병장수를 연구하는 기관이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욕심은 인류 공통이겠지만, 권력이든 재산이든 손에 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 욕망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누구도 죽음 앞에서는 그것들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압 통치, 전쟁 등으로 국민의 수명을 단축시킨 독재자들의 ‘장수욕(欲)’만큼은 용납하기 어렵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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