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나 세계대전을 일으킨 탓에 독일에는 ‘전쟁 기계’라는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영국군이 독일 해안에 상륙한다면 (군대를 투입할 것도 없이) 경찰을 보내 체포하겠다”는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의 호언처럼 독일인은 최강의 군대를 보유했다는 자부심이 강했다. 요즘에는 독일군이 ‘이웃 나라 슈퍼마켓을 점령하려다가 현지 경찰에 붙잡힐 것’이라는 조롱거리가 됐지만 말이다.
전쟁과 관련한 제도 중에는 독일에 뿌리를 둔 것이 많다. 군 복무와 예비군 편성을 의무화한 게 대표적이다. 1814년 헤르만 폰 보이엔이 만든 프로이센 징병법은 20세 남성이 3년간 군 복무를 한 후 2년간 예비군에 편성되도록 했다. 이 제도는 국내에서 1949년 시행된 징병제와 1968년 도입된 예비군 제도의 ‘원조’로도 평가된다.
독일 예비군에는 지우고 싶은 흑역사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병력 자원이 고갈된 독일은 16~60세의 모든 남성을 소집해 최후의 예비군 격인 ‘국민돌격대’를 조직했다. 고령자와 미성년자들은 부실한 무기를 손에 쥔 채 사지로 떠밀렸다.
예비군 제도 ‘원조’이자 60세 노인을 동원한 이력이 있는 독일에서 예비군 연령 상한을 70세까지 높이자는 주장이 나왔다. 바스티안 에른스트 독일 예비역협회장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년층만으로 인력이 부족하다면 예비군 연령 상한을 현재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위협이 급증하자 ‘노인 예비군’ 카드라는 고육책을 꺼내 든 것이다.
독일은 2035년까지 현역 병력을 현재 18만5000명에서 26만 명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예비군도 5만~7만 명 수준에서 20만 명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2011년 징병제가 폐지된 이후 병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비군도 자발적 등록으로 조직되는 탓에 동원 가능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훈련 참여도 의무가 아니다. 오랜 평화에 안주한 탓인지 독일의 안보 의식은 녹슨 모습이 역력하다. 우리는 독일과 다르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무거운 질문을 던져본다.
김동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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