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홈쇼핑 산업 규제 완화에 본격 착수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최근 업계 간담회를 통해 중소기업 상품 의무편성 완화, 재승인 이행점검 축소, 송출수수료 갈등 조정체계 개편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3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낡은 규제 틀을 현실에 맞게 손보겠다는 신호다.
![[ET시선] 홈쇼핑,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으로 거듭나야](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3/06/08/news-p.v1.20230608.7ecb89db1b6449f8be98c35785ea5d60_P3.jpg)
홈쇼핑 산업은 현재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력 지표인 방송 매출액은 무려 14년 전인 2012년 수준으로 후퇴하며 사실상 성장이 멈춰버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체 거래액과 방송매출은 수년째 감소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방송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환경 변화는 더 가파르다. 소비자는 더 이상 TV 앞에 앉아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 모바일에서 숏폼 영상을 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제품을 발견한다. 클릭이나 터치 한 번으로 구매를 끝낸다. TV홈쇼핑의 핵심 시청층은 고령화되고 있고, 젊은 소비자는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쿠팡·네이버로 이동했다. 홈쇼핑의 중심축이 이미 TV에서 모바일과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거 기준으로 만들어진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산업 쇠퇴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가 이제라도 현실적인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서 홈쇼핑 산업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정부가 '족쇄'를 일부 풀어준 만큼 업계 역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혁신으로 응답해야 한다. 중기 편성 비율을 줄이고, 화면 비율을 키웠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저절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의 문법에 얽매인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뼛속까지 바꾸는 '환골탈태' 수준의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무엇보다 홈쇼핑 업계는 자신들을 더 이상 'TV 유통업체'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방송 채널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콘텐츠·데이터·인공지능(AI)을 결합한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TV와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숏폼, 동영상서비스(OTT)를 하나의 플랫폼처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AI 활용도 핵심 과제다. 이제 AI는 단순 추천 기술 수준을 넘어 방송 제작과 상품 기획, 고객 분석, 영상 편집까지 커머스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시간짜리 방송을 자동으로 숏폼 콘텐츠로 전환하고, 소비자 취향별 맞춤형 영상을 생성하며,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 추천을 고도화하는 시대다. 과거처럼 유명 쇼호스트 의존형 방송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중소기업 상품 운영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그동안 홈쇼핑의 중소기업 지원은 일정 비율을 채우는 '의무'에 가까웠다. 그러나 앞으로는 단순 편성 비율보다 콘텐츠 경쟁력과 브랜딩 역량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잘 만든 중소 브랜드를 글로벌 시장까지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홈쇼핑 산업의 존재 가치도 살아난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한 축을 담당한 홈쇼핑은 그 존재 자체가 혁신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30년은 과거 성공 방정식을 반복한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 홈쇼핑에 필요한 것은 규제 완화에 안주하는 태도가 아니라, 산업의 정체성 자체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각오다. 정부가 변화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면, 업계는 그 문을 통과할 준비를 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결국 기업의 몫이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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