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어떤 회사가 돼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보험시장은 제약시장과 비슷하다.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약은 메이저 회사가 공급하고 시장도 크다. 타이레놀 등 상비약은 시장이 작지만 감기 환자에겐 꼭 필요하다. 우리는 처방전이 필요없는 타이레놀처럼 설계사 없이 소비자가 직접 판단해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보험시장을 열 개척자가 될 것이다.”
장영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는 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디지털손해보험사로서의 사업 전략과 포부를 밝혔다. 장영근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마쳤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했고 글로벌 인슈어테크 기업인 볼트테크 코리아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장 대표가 2023년 7월 카카오페이손보에 합류한 이후 회사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카카오페이손보의 연간 매출은 2023년 78억원에서 2024년 386억원으로 5배가량 늘었고 보험수익 측면에선 2024년 3분기 1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해외여행보험은 출시 1년 8개월 만에 300만명 이상 가입자를 확보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최근엔 국내여행보험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여기에 휴대폰보험, 초·중학생과 영·유아 보험, 전세안심보험, 선물하는 자녀보험 등 모바일 기반의 생활 밀착형 보험 상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보험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장 대표는 “고객이 필요한 보험 상품 중 디지털화가 가능한 것들을 찾아서 소개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며 “기존 보험보다 좀 더 접근하기 쉽고 가격도 더 저렴하고 보상 프로세스까지 쉬운 상품을 계속 낼 것”이라고 말했다.
![]() |
장영근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다음은 장영근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취임 이후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디지털보험사로서의 성장 전략은
△이커머스가 오프라인 유통을 뚫었던 것도 고객이 꼭 필요한 상품 중 디지털화가 가능한 것들을 골라서였다. 보험에서도 여행자보험처럼 고객에게 필요한데 디지털화가 가능한 상품이 있다. 이런 상품을 찾아내서 계속 소개하는 게 우리 전략이다. 또 설계사나 오프라인 비용이 없어 가격이 좀 더 저렴하고 모든 보상 프로세스까지 쉽게 이뤄지는 상품을 계속 내겠다.
-다른 보험사와 비교해 가진 강점은
△사업 초창기에는 상품 하나를 낼 때 8~9개월이 걸렸지만 올해는 상품과 고객의 피드백을 계속 반영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을 갖췄다. 상품별로 개발부터 론칭까지 한팀에서 다 할 수 있도록 조직화했다. 보상도 해외여행자보험은 즉시 보상한다. 비행기가 연착하면 고객이 알기 전에 우리가 먼저 공항공사를 통해 연착 사실을 파악하고 즉시 보상한다. 휴대폰보험도 수리받은 내역서만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전문업체보다 정확도가 높은 ‘OCR(광학문자인식)’을 통해 자동으로 보상을 진행한다. 올 연말쯤엔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고객이 챗봇을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내부 약관을 대부분 AI에 학습시켜놓은 상태다.
-‘전세안심보험’이 눈에 띄는데
△한해 2만 7000건~2만 9000건 정도의 전세 시기가 발생하고 있는데 대부분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 온 청년 등이 직장 주변 빌라 등에 살면서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하는 주택보증보험은 사기를 막는 역할이 아니고 집주인이 돈을 내주지 않으면 중간에서 돈을 내줄 때 이용한다. 전세안심보험은 세입자가 집주인의 건전성과 자금의 건전성 등을 파악해 보험에 가입한다. 등기부등본도 계약 기간에 변동 사항이 생기면 계약자에게 곧바로 알람을 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상품과 특징은
△최근에 기존 해외여행자보험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여행보험을 출시했다. 대학교 MT나 초등학생 현장학습 등 단체여행에선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주민등록번호를 일일이 다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설계사나 여행사 직원 등에게 전체 주민등록번호를 다 주고 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개인 정보 리스크가 커지고, 보험 가입을 안 하는 일이 생긴다. 우리 국내 여행보험은 생년월일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는 방식이다. 보험 쪽에선 플러스가 잘 안 나오는 순고객추천지수(NPS)도 상품이 평균 40(0이상이면 추천이 비추천보다 많음)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50대 이상 연령층 고객 확보 방법은
△가족 내에서 보험 가입을 결정하는 구성원은 대부분 어머니다. 우리 가족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어머니를 중심으로 보험 상품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고령층에 접근할 생각이다.
-망분리 규제 완화와 생성형AI 도입 등이 화두다
△금융업 중에서도 보험업에 AI가 가장 많이 들어간다. 왜냐하면 상품이 너무 복잡한데 사람이 다 하는 구조로 돼 있어서다. 대형사는 직원의 70%가 보상 인력이다. 보상 영역을 AI로 굉장히 효율화하면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훨씬 많아진다. AI 프로세스를 통한 자동화로 짧은 시간에 보상이 이뤄지게 하고 이를 더 확장할 계획이다.
-카카오손해보험의 중장기적 목표는
△보험시장은 매우 크고 제약시장과 비슷하다.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약이 환자에게 중요하고 메이저 시장이다. 그런데 감기에 걸렸을 때는 처방전이 필요없는 타이레놀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보험시장도 어렵고 특화한 상품은 설계사에게 필요하지만 해외여행자보험이나 어린이보험 등 고객 스스로 판단해 가입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이런 보험시장을 우리가 개척하면서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고 싶다.
▶장영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는
△1976년생 △연세대 경영학 학사·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경영학 석사(MBA)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 △볼트테크 코리아(글로벌 인슈어테크기업) CEO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