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이 불러온 기후 이변
고온-강풍이 대형화재 일으켜
◇파이어 웨더/존 베일런트 지음·제효영 옮김/588쪽·2만8000원·곰출판
이런 안타까운 대형 화재는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올 1월 발생했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을 비롯해 대형 화재가 세계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2023년 영국의 논픽션상 ‘베일리 기퍼드 상’ 수상작인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대형 화재가 빈번해진 이유는 “화석 연료에 중독된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의 야망과 자연 세계의 충돌을 주로 탐구해 온 저자는 2016년 5월 캐나다 석유 산업의 중심지인 앨버타주 포트맥머리에서 발생한 임야 화재에 대한 르포르타주를 중심으로, 인간의 무분별한 탐욕과 그로 인한 이상기후가 불러온 대형 화재를 생생하게 파헤친다.
포트맥머리 화재는 보통 밤이 돼 공기가 서늘해지면 잦아드는 평범한 임야 화재와는 달랐다. 처음 발견된 지 하루 만에 불길의 규모가 500배나 커질 만큼 기세가 맹렬했다. 이례적인 고온과 강풍으로 인해 괴물처럼 몸집을 부풀린 불길이 포트맥머리를 삼켰다. 결국 10만여 명이 대피해야 했고, 100억 달러(약 14조5600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기까지는 무려 15개월이 걸렸다.저자는 “이 세상이 불타기에 적합한 기후로 바뀐 것은 화석 연료에 중독된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불의 화학적·물리학적인 특성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 그러나 기온이 높아지고, 토양이 건조해지면서 불의 잠재적 에너지가 훨씬 수월하게 발산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포트맥머리 화재가 일어난 2016년 봄은 10년 단위 평균 기온이 역사상 가장 높았던 기간이었다. 이 시기 북미 아북극 지역의 기온은 평균 15도 안팎인데, 당시는 최고 기온이 32도를 넘었다.
석유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생활 양식의 변화 또한 화재 발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책은 “오늘날에는 거의 다 석유 제품으로 이루어진 가구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일이 흔하다”며 “현대인 대다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석유에서 나온 고인화성 물질을 두르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2005년 미국 보험협회의 실험 결과, 구식 가구보다 현대식 가구가 불에 탈 때 화재의 확산 속도 및 규모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책은 인간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런 화마(火魔)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간이 가진 에너지와 창의력을 연소와 소비가 아닌 재생과 쇄신에 쏟아야 한다”는 호소는 화재 뒤 참상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어우러져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불을 능숙하게 다루며 문명을 발전시켜 온 인류는 대형 화재 시대라는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다. 인간이 후대에 ‘불태우는 사람(호모 플라그란스)’으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다시 한 번 삼가 조의를 표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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