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4일) 서울에 벚꽃이 피었습니다. 기상청은 서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의 왕벚나무 한 가지에서 세 송이 이상 꽃이 활짝 피면 ‘공식 개화’를 선언합니다. 2025년 4월 4일, 벚꽃은 시작했고 세상엔 어떤 ‘끝’이 선고됐습니다. 오늘은 식목일. 한 그루 나무를 심듯 일상도 다시 심고 가꿔야 할 시간입니다.
사실 봄은 이미 와 있었습니다. 다만 올해는 봄을 봄이라 부르는 게 주저됐습니다. 3월의 폭설과 산불, 혼란한 정세 속에서 우리 일상은 흔들렸습니다. 노란 복수초와 할미꽃, 개나리와 진달래가 아름다우면서도 애처로웠던 건 마음의 시선이었을까요. 봄꽃과 새잎의 설렘을 누리는 것조차 한없이 조심스러웠던 그런 초봄을 보냈습니다.
어제 유독 많은 이들이 “이제야 봄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회사 선배는 불과 하루 만에 벚꽃이 활짝 핀 서울 안양천 뚝방길을 걷다가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돌아온 것은 꽃입니까, 나입니까, 세상입니까’라는 글귀와 함께…. 그 세상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일 겁니다. 갈등의 끝자락에서 이제는 서로 다른 마음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할 때입니다. 최근 경기 화성 소다미술관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Hello, World!_당신의 목소리를 보여주세요’ 전시를 알게 됐습니다. 누구든 생각을 남길 수 있는 이 온라인 플랫폼에 남겨진 문장들에서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읽습니다.
‘계절의 봄만큼 세상의 봄을 기다립니다.’
‘봄은 결국 오고야 만다.’
‘껍데기를 벗고 함께 나가자. 마침내 봄이 왔거든.’
‘지구라는 정원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요.’
얼마나 간절하게 봄을 기다려온 마음들인가요. 곰곰이 되씹게 되는 말들이 이어집니다.
‘삶의 유한함과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든 순간을 더 애틋하게 여기며 살아내자.’
‘당신의 자리에 서 봅니다. 나를 사랑하듯이 당신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기를.’
저는 ‘일상을 단단하게 지키는 것이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입니다’라고 남겼습니다.
요즘 진달래가 유독 곱게 보입니다. 한 줌 따서 입속에 넣으니 새콤한 봄맛이 납니다. 찹쌀가루 반죽 위에 올려, 기름 두른 팬에 꽃전을 부쳐봅니다. 이처럼 무탈하고 평온한 봄맞이가 얼마나 소중한 일상이던가요. 그래서 오늘은 일상의 회복을 돕는 봄의 ‘시크릿가든’ 네 곳을 소개합니다.◇길동생태공원
◇화담숲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수목원
벚꽃은 피었고 어떤 끝은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다시 살아갈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 일상에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살아보면 어떨까요. 꽃을 보며 설렐 수 있고, 오랜 친구에게 “잘 지내지?” 안부 문자를 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회복을 시작한 것일 겁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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