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진화-문명-기술… 속도로 해석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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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세계/바츨라프 스밀 지음·이한음 옮김/428쪽·2만2000원·웅진지식하우스 빠른 것을 좋아하기로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국인이지만 과연 ‘속도’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진화와 생명, 문명, 기술 발전을 비롯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속도의 틀로 해석한 책이다. 지질학적 시간대의 속도는 우리가 체감하긴 어렵다. 부드러운 몸을 지니고 이동하는 다세포 생명체들은 5억7500만∼5억4100만 년 전에 ‘갑작스럽게’ 암석에 흔적을 남겼고(에디아카라 동물군), ‘겨우’ 100만 년 뒤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생누대가 출현했다니 말이다. 지구 역사를 24시간이라고 칠 때, 우리의 환경을 조성한 사건들은 대부분 마지막 10분 동안 일어났다. 종이 분화해 새로운 종이 생겨나는 데는 평균 약 200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화살(비행 속도가 최대 40m/s)의 운동에너지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면 그다지 크지 않았다. 날아가는 화살은 15∼20줄, 노련하게 휘두르는 일본도는 200줄이었다.… 그에 비해 30년전쟁(1618∼1648)에 쓰인 머스킷총에서 발사된 전형적인 38그램의 납 탄환은 속도가 500m/s이므로 운동에너지가 약 4700줄이었고, 18세기 대포로 쏜 쇠 포탄은 30만 줄이었다.”(3장 ‘전근대 사회의 속도 한계’에서) 저자는 이런 무기 발전의 속도는 “생산, 건축, 교통에 쓰인 주된 원동기(사람과 동물의 근육)와 기술 능력과 속도가 아주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거나 아주 느리게 성장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였다”고 했다. 캐나다의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에너지와 환경, 식량, 인구, 경제, 역사, 공공정책을 넘나든 저자의 이력답게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류는 더 빠른 속도를 갈망해 왔지만, “세계가 반드시 더 빨라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공지능(AI)의 ‘특이점’ 도래 시점 같은 기술 발전 전망은 빗나간 적도 적지 않다는 것. 평범한 독자가 낯설게 느낄 수 있는 일부 용어엔 역주를 달아줬으면 더 좋았겠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어린이 책 은퇴 레시피 고양이 눈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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