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궁전을 지은 우체부… 미치광이서 거장으로

2 hours ago 2

33년간 돌 쌓아 만든 ‘이상 궁전’ 재평가되며 인간의 잠재력 증명 ◇바보들은 내가 만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닐스 타베르니에 지음·이세욱 옮김/432쪽·1만9800원·열린책들 “어느 촌뜨기의 머릿골에 뒤섞인 터무니없는 것들을 애처롭게 모아 놓은 것.” 1969년 프랑스 역사 기념물 고등위원회는 한 건축물에 대해 이처럼 모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당시 문화장관 앙드레 말로는 위원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역사 기념물 지정을 강행했다. 2023년 한 해에만 27만 명 넘게 찾은 프랑스 오트리브의 ‘이상 궁전(Palais id´eal)’ 이야기다. 예술이란 무엇이며, 누가 그 가치를 결정하는 것일까. 더 놀라운 것은 이 건축물을 만든 이가 유명 건축가도, 예술가도 아닌 시골 우체부였다는 사실이다. 신간은 프랑스 영화감독인 저자가 이 이야기에 매료돼 우체부 페르디낭 슈발(1836∼1924)의 삶을 영화로 만든 데 이어, 미공개 문서와 개인 기록 등을 토대로 그의 생애를 추적한 책이다. 슈발은 정식 건축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어느 날 상상을 초월하는 궁전을 짓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지만, 꿈은 오랫동안 상상으로만 남았다. 그러던 1879년, 우편물을 배달하다가 기묘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순간 15년 전 품었던 꿈이 다시 떠올랐다. 이후 33년 동안 홀로 돌을 쌓아 올려 1912년 길이 26m, 높이 12m에 달하는 궁전을 완성했다. 슈발의 노트엔 이런 말이 남아 있다. “꿈을 꾸듯 내가 궁전을 짓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어. 그냥 궁전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궁전을 지어 보았어.” 슈발은 궁을 짓기 위해 매일 30km 넘게 걸어 우편물을 배달한 뒤에도 돌을 모으러 나섰다. 돌이 가득 든 바구니를 등에 지고 돌아오는 길만 10여 km에 달할 때도 있었다. 밤에는 등잔불에 의지해 건축을 이어갔다. 그렇게 완성된 궁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었다. 힌두 사원과 스위스 산장, 중세의 성곽이 한데 어우러지고, 희귀한 동물 조각들이 가득한 건축물. 마을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라 불렀지만, 그는 끝내 완성해 냈다. 저자는 자료 조사와 고증을 통해 기존에 알려진 슈발의 모습과 다른 면모도 찾아낸다. 세상과 단절된 괴짜라는 이미지와 달리, 재혼 당시 결혼식 증인 명부에서는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 흔적을 발견한다. 19세기 프랑스 농촌의 생활상과 노동 환경, 우편 제도의 변화 등 지역사도 흥미롭게 다가...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