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요즘 핫한 크리에이터 ‘인생 만화’ 목록 풉니다

3 weeks ago 6

만화가-소설가-음악평론가 등
콘텐츠 제작자들의 취향 공유
다양한 작품 해석 엿볼 수 있어
◇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곽재식 외 8인 지음/368쪽·2만 원·알에이치코리아


“인간과 괴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괴물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대상이 괴물이 된다. 이 만화는 판타지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현실적인 비유다.”

구독자 96만 명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작가 이연이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에 대해 남긴 감상평. 그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콘텐츠’를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이 작품을 꼽겠다고 했다. 유튜버로서 ‘질문하는 콘텐츠’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진격의 거인’은 “모두가 들어 봤을 주제를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한순간도 주입하지 않고 그저 멀리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9명의 콘텐츠 제작자들이 제각기 선정한 ‘인생 만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8∼12월 이들이 한 온라인 플랫폼에 연재한 에세이 27편을 엮었다.

웹툰 화제작 ‘며느라기’를 그린 만화가 수신지, SF(공상과학) 소설가로도 알려진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책 리뷰 유튜버 겸 작가 김겨울 등이 집필에 참여해 다채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소설 ‘딜리터’의 저자 김중혁은 스누피 캐릭터로 유명한 ‘피너츠’를 소개하면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마크 트웨인을 이야기한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정모는 ‘오디세이’를 두고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색하는 과학적 시도인 ‘SETI 프로젝트’를 말한다.

이 책을 집어든 독자가 ‘머글’(‘해리 포터’에서 ‘보통의 인간’을 뜻하는 말. 특정 문화의 팬이 아닌 경우도 뜻한다)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어릴 적 한 번쯤 봤을 법한 명작이 추억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명대사 “초밥은 마음이었던 게야”로 심금을 울렸던 ‘미스터 초밥왕’도 그중 하나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학생 시절 읽은 이 만화를 나중에 다시 봤을 때의 소회를 적었다. “내 나약함과 죄책감 때문에 몰래 눈물 흘리던 시절. 아무리 만화라지만, 진심을 다해 열심히 한다면 언젠간 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그 메시지를 막연하게 믿고 싶었다.”

순수함과 열정, 선의로 가득한 만화 속 풍경은 나이가 들어서도 꿈꾸고 싶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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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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