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마다 다른 ‘별세’ 지칭 용어
선종, ‘선생복종정로’의 줄임말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 시간) 선종(善終)한 가운데, 종교마다 별세(別世)를 지칭하는 용어가 다른 점이 눈길을 끈다.가톨릭에서 죽음을 지칭하는 선종은 원래 ‘선생복종(善生福終)’의 줄임말이다. 이탈리아 출신 중국 선교사 로벨리가 1652년 베이징에서 간행한 한문 교리서 ‘선생복종정로(善生福終正路)’에 들어 있는 말이 기원이다. 선생복종정로란 일상생활에서 교리의 가르침에 따라 착하게 살다가 복된 죽음을 맞는 길이란 뜻이다.
2005년 4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했을 때,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큰 인물이 세상을 떠날 때 일반적으로 쓰는 ‘서거(逝去)’라는 표현을 검토했다. 실제로 일부 언론은 서거를 쓰기도 했으나, 가톨릭은 최종적으로 ‘선종’을 택했다. 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셨을 때나 2013년 교황에서 물러난 베네딕토 16세가 서거했을 때도 선종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다’라는 뜻이 담긴 ‘소천(召天)’이란 말을 쓴다. 사실 소천은 국어사전에는 등재돼 있지 않아 올바른 용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사용한 지가 오래돼 개신교 안팎에선 일반적인 표현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불교에선 대체로 ‘열반(涅槃)’이나 ‘입적(入寂)’을 쓴다. ‘적멸(寂滅)’ 또는 ‘원적(圓寂)’도 종종 사용된다. 모두 일체의 번뇌에서 벗어나 완벽한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석가모니와 고승의 죽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원불교는 이 중에 열반을 주로 쓴다.
민족종교인 천도교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라는 의미에서 ‘환원(還元)’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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