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위기 조명 비디오 작품 창작
현지 수집 사운드에 자작시 얹어
“세상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 전달”
서울 피크닉서 7월 20일까지 전시
19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개막한 전시 ‘끝나지 않을 대화’에선 1986년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소재로 한 시 낭송과 함께 한 영상물이 재생됐다. 원전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의 목소리, 방사능에 오염된 피아노에서 나는 소리 등이 어우러진 ‘체르노빌의 아이들’이란 작품이다.
이 시는 미국에서 재니스 조플린의 후계자로 불렸던 ‘펑크록의 대모’ 패티 스미스가 지은 것이다. 해당 전시는 스미스와 뉴욕, 독일 베를린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2인조 그룹 ‘사운드워크 컬렉티브’의 멤버인 스테판 크라스닌스키가 10여 년간 주고받은 편지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됐다.
전시는 기후변화와 대형 산불, 동식물의 위기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조명하는 비디오 작품 8편과 드로잉 등을 선보인다. 각 비디오 작품의 사운드 트랙은 크라스닌스키가 세계 각지의 역사적 장소에서 수집한 다양한 소리 위에 스미스가 자신이 쓴 시를 낭송하는 소리를 얹어 만들었다.전시작 중엔 스미스가 태어난 해인 1946년부터 최근까지의 대형 산불을 다룬 ‘산불’이 특히 강렬한 인상을 준다. 20세기 이탈리아 영화 황금기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PPP·1922∼1975) 감독의 삶과 미공개 영상을 조명한 ‘파솔리니’, 고대 신화 속 메데이아의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데이아’ 등도 선보인다.
개막 날 전시장에서 만난 스미스는 “노래하든, 시를 쓰든, 그림을 그리든 정서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측면에선 모두 동일하다”며 “우리가 세상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크라스닌스키는 “단층 건물에서 진행됐던 다른 나라 순회전과 달리 4층 건물인 피크닉에선 좀 더 많은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7월 20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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