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 해놓던 고가품엔 발길 뚝… 젊은 작가 저렴한 작품 인기

4 hours ago 1

팬데믹 이후 급변하는 미술시장
작년 세계 매출 전년比 12% 급감… 매출 감소에도 거래건수 3% 증가
최근 ‘화랑미술제’서도 트렌드 확인… “장기적 관점 작가 발굴-지원해야”

16∼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A, B홀에서 열린 ‘2025 화랑미술제’ 모습. 올해 화랑미술제에는 한국화랑협회 회원 갤러리 168곳이 참여했다. 뉴스1

16∼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A, B홀에서 열린 ‘2025 화랑미술제’ 모습. 올해 화랑미술제에는 한국화랑협회 회원 갤러리 168곳이 참여했다. 뉴스1
“3년 전만 해도 전시를 개최하면 작품을 보기도 전에 고객들이 ‘찜’을 했습니다. 근데 요즘은 뚝 끊겼어요.”

서울에서 10년 가까이 갤러리를 운영하는 A 대표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팬데믹이 촉발한 투자 열풍이 미술 시장까지 번졌던 2020년대 초반과 최근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3년 중반부터 가라앉기 시작한 투자 열기는 최근 작품 선점은커녕 전시나 아트페어를 찾는 발길마저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 갤러리들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 초고가 작품 판매 급감

이러한 경향은 국내 미술시장만의 문제도 아니다. 아트페어 프랜차이즈인 아트바젤과 UBS가 14일 공개한 ‘세계 미술시장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 매출은 전년보다 12% 감소한 575억 달러(약 81조4800억 원)로 집계됐다.

아트바젤과 UBS 의뢰를 받은 연구 기관 ‘아트 이코노믹스’가 딜러와 경매사, 컬렉터, 아트페어 관계자 인터뷰와 금융 데이터를 수집해 내놓은 보고서는 “2022년까지 강한 성장세를 보였던 미술 시장이 2년 연속 매출 둔화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경기 둔화와 부동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매출이 31%나 급감했다. 한국도 15%나 감소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시장이 매출액 기준 전체 43%로 세계 미술 시장 1위를 지킨 가운데, 영국(18%) 중국(15%) 프랑스(7%) 스위스(3%) 독일(3%)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매출은 전체적으로 줄었지만, 거래 건수는 오히려 3% 늘어나 4050만 건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고가의 작품 거래가 줄어든 대신에 5만 달러 이하 중저가 미술품이 전체 거래의 85%를 차지했다. 1년에 매출 25만 달러 미만을 기록한 소규모 딜러의 수도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쉽고 저렴한 작품에 반응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 미술시장 현장에서도 감지된다. 16∼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2025 화랑미술제’에선 고가의 블루칩 작품보다는 저렴한 가격의 작품들이 주로 거래됐다.

미술제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는 2022년(177억 원) 등 높은 실적을 공개했던 활황기와 달리 이후부터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의 한 갤러리 대표는 “수천만 원 작품도 소개했지만 팔린 작품은 대부분 200만∼1500만 원 사이”라고 전했다.

화랑가도 돌파구를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대형 갤러리인 국제갤러리와 갤러리현대조차 연말에 장파, 이우성 등 그간 갤러리에서 소개하지 않았던 젊은 작가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갤러리들도 있다. 독일 쾰른에서 먼저 설립된 한국 갤러리인 초이앤초이의 남달라 디렉터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유럽에서 한국 미술 작품에 대한 반응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런 때일수록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미술사 연구를 강화해 중견 이상의 작가 발굴에 힘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결국 초고가 작품을 만드는 것은 미술사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긴 안목으로 작가를 지원하고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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