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영어는 하이브리드語… ‘콩글리시’도 괜찮아

1 week ago 16

타국 언어-문화 수용하며 확장… 변형 거치며 국제어로 자리매김 한국어 단어도 영어 문장에 사용… 여러 언어 섞이며 문법 규칙 완화 완벽함보다 빠른 소통 중요해져… ‘올바른 영어’의 기준 사라질 듯 ◇영어는 누구의 언어인가/조지은 지음·박동우 옮김/384쪽·2만8000원·아르떼 게티이미지뱅크 “Who’s your bias? I’m your bias.” 아이돌그룹 아일릿의 노래 ‘It’s Me’ 도입부는 처음 들으면 고개를 갸웃할 법하다. “누가 너의 편견이니? 내가 너의 편견이야”라니. 하지만 K팝 팬이라면 금세 알아듣는다. ‘bias’가 K팝 팬덤에겐 ‘최애’를 뜻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daebak(대박)’처럼 아예 한국어를 영어 문장 속에 자연스럽게 쓰기도 한다.‘영어는 누구의 언어인가’는 이렇듯 영어란 언어에 ‘두 번째 보금자리’를 마련한 단어들을 들여다본 책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에서 한국어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영어가 특정 국가나 민족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영어는 다른 언어와 문화를 받아들이고 변형해온 개방성과 다양성 덕분에 지금과 같은 국제어가 됐다는 얘기다. 영어의 변형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영어 사용자들의 언어적 배경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학생 가운데 영어 이외의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비율은 2008년 7.8%에서 2021년 19.3%로 늘었다. 저자의 12세 딸이 다니는 옥스퍼드셔의 한 초등학교도 학생들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합쳐 보니 40개가 넘었다고 한다. 이렇듯 영어에 ‘두 번째 보금자리’를 튼 단어들이 늘면서 새로운 문제도 생긴다. 기존 영어의 규칙에 이들을 어떻게 편입할 것인가. 대표적인 경우가 외국어에서 들어온 단어의 복수형이다. ‘panini(파니니)’가 그렇다. 이탈리아어에서 ‘panini’는 ‘panino’의 복수형이지만, 영어에선 단어의 끝에 ‘s’를 붙여 복수형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영어에서 ‘panini’의 복수형은 ‘paninis’가 될까. 영어가 다양한 언어의 단어를 받아들이면서 이런 질문 역시 점점 많아지고 있다.‘올바른 영어’라는 기준은 앞으로 유효할까. 저자는 영어의 문법 규칙을 둘러싼 검열이 느슨해지고 있다고 본다. 소셜미디어에선 짧고 즉각적인 의사 소통이 중요해졌고, 사람들은 점점 언어의 완벽함보다 속도를 중시한다. 문법이나 철자에 작은 오류가 있더라도 빨리 도착하는 메시지가, 문법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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