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시각장애인에 ‘드라마 선물’한 목소리

1 week ago 7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서수연 지음/296쪽·1만8000원·어떤책


“대본도 쓰고 낭독도 한번 해보지 않을래?”

2002년 방송국 성우와 드라마 작가를 동시에 준비하던 저자는 이런 제안을 받았다. 시각장애인이 드라마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 ‘음성해설’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낯선 일이었지만 묘하게 마음이 움직였다. 자신이 바라던 글쓰기와 낭독이 하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 1호 음성해설 작가이자 음성해설 성우가 쓴 에세이다. 음성해설은 시각장애인이 영화, 공연, 전시 같은 시청각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화면 속 상황을 말로 풀어 주는 서비스다. 저자는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시작으로 드라마, 영화, 예능, 연극, 뮤지컬, 미술 전시, 무용 등 7800여 개 작품의 음성해설을 썼다.

음성해설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다. 저자는 화면을 수십 번 멈춰 가며 인물의 표정, 소품, 동선, 공간의 분위기를 살핀다.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의 음성해설을 쓸 때는 화면에 나오는 장비와 시약 이름을 확인하려고 자료를 뒤졌다. 보이는 사람에겐 스쳐 지나가는 장면도 보이지 않는 사람에겐 작품을 이해하는 결정적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드라마를 들으면 금세 알 수 있다. 대사와 효과음만으로는 놓치는 세계가 너무 많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린 ‘보는 일’이 누군가에겐 장벽이지 않았을까.

“보이지 않는 상태로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정말 어렵다는 것. 매 순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디어의 화려함 뒤에는 늘 소외된 감각이 웅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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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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