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소련서 북한까지… ‘붉은 미술’의 여러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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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미술/홍성후 지음/456쪽·3만9000원·이데아 머리 쪽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어머니. 아이는 작은 손으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어머니를 흔들어 깨우려고 한다. 하지만 힘없이 오므린 여성의 손은 그가 영영 일어나지 못할 것임을 암시한다. 6·25전쟁의 비극을 주제로 한 그림이지만, 총도 폭탄도 군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멀리 마을에서 치솟는 검은 연기가 이곳이 전쟁터라는 걸 보여줄 뿐이다. 이 그림은 폴란드 화가 보이치에흐 판고르의 작품 ‘조선의 어머니’(1951년)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에서 일하는 미술사 연구자인 저자는 이 작품이 “전쟁의 비극을 선전의 도구로 삼지 않고 패배와 상실의 정서적 진실에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마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구조를 해체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그림은, 사실 당대 폴란드의 새로운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소련과 동유럽, 중국, 북한 등 냉전 시기 공산주의 진영의 미술을 본격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단일하고 고정된 양식이 아니라, 시대와 정치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화했고, 다양한 형식과 해석을 포함하는 유동적인 체계였다고 본다. ‘실패한 미학’으로 단정하기 앞서, 비판적으로 성찰할 역사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사회주의 미술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일본의 진보적 미술가와 재일 조선인 미술가도 조명한다. 예술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국가 권력의 이데올로기를 인민에게 강요했던 선동의 도구로 이해되는 ‘붉은 미술’이 실은 꽤 다채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게 흥미롭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오늘의 운세 어린이 책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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