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로비는 어떻게 미국 정치의 일상이 됐나

1 week ago 16

美 로비의 중심 워싱턴 ‘K스트리트’ 기업-종교단체-대학 등 로비 일상화 ◇액세스/우정엽 지음/264쪽·2만5000원·수연사 한국에서 ‘로비’는 흔히 부패나 청탁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그러나 미국에서 로비는 정치가 돌아가는 일상적 방식에 가깝다. 대기업뿐 아니라 시민단체와 종교단체, 대학과 지방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자신의 목적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워싱턴의 문을 두드린다. 연구자와 외교관, 기업인으로서 워싱턴을 경험한 저자는 세계 최대 로비 회사들이 결집한 ‘K스트리트’를 통해 미 정치가 작동하는 방식을 들여다본다. 합법적 영향력 행사로서 로비의 개념과 기본 문법부터 싱크탱크와 여론전, 지역구 이해관계, 각국의 로비 전략까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미국에서 로비가 발달한 배경에는 권력이 분산된 정치 구조가 작용했다. 법안과 규정을 바꾸려면 의회와 위원회, 행정부의 규제기관과 법원 등 여러 통로를 거쳐야 한다. 국회의사당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네트워크(NETWORK)’ 사무실에서는 가톨릭 수녀들이 보건·의료·빈곤·이민 법안을 검토하고 의원실 미팅과 청문회, 표결 전략을 준비한다. 50세 이상 미국인을 대변하는 회원 3800만 명의 ‘미국은퇴자협회(AARP)’도 상근 로비스트가 법안을 추적하는 동안 회원들이 의원실에 전화하고 타운홀 미팅에 참여한다. 물론 청원권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해서 모두가 영향력이 같진 않다. 의원실을 찾는 횟수와 동원할 수 있는 전문가의 질, 자금의 규모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저자는 합법적 로비 뒤에 남는 이런 불평등까지도 함께 들여다본다. 국가별 전략 비교도 흥미롭다. 일본은 수십 년간 미 의원과 싱크탱크에 투자하며 미래의 의사결정권자를 키웠다. 이스라엘은 미국 내 공동체를 바탕으로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 의제로 바꿨다. 대만은 공식 외교관계의 한계를 반도체 공급망과 인적 네트워크로 보완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막대한 돈을 쓰고도 지정학적 불신을 넘지 못했다. 한국 로비에 대한 문제점도 새겨들을 만하다. 우리 기업들은 위기가 터진 뒤에야 대응에 나서거나, 전략보다 전직 고위직의 인맥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로비스트는 문을 열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어떤 순서와 언어로 말할지는 클라이언트가 정해야 한다”는 조언은 대미 외교와 기업의 전략에 시사점을 준다. 부제 ‘워싱턴은 로비로 움직인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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