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품은 미술관/파스칼 드튀랑 지음·김희라 옮김/328쪽·2만4000원·미술문화
이 책은 우주가 어떻게 예술의 언어로 재탄생했는지, 수많은 시대를 거치며 인간이 상상하고 그린 우주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풀어낸다. 밤하늘 밝게 빛나는 금성은 ‘비너스의 승리’ 등의 작품에서 미의 여신 비너스로 표현됐다. 주위에 그늘을 드리울 정도로, 주변은 어둡게 금성은 밝게 그렸다. 여신은 늘 별 아래서 밝게 빛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태양은 우주라는 무대에서 반론의 여지가 없는 주인공이다. 때론 폭력성을 지닌 신으로도 묘사된다.
비교문학 교수이자 미술 해설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별에 얽힌 신화와 중세 필사본, 르네상스 회화, 인상주의와 초현실주의, 그리고 현대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 작품을 시대별로 조망했다. 인간이 하늘을 바라보며 품었던 호기심은 시대가 지나면서 결국 인간의 존재론적 고민과 호기심으로 이어졌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책에는 화려한 회화, 사료 등 삽화가 다양해 보는 맛을 더한다. 처음 책을 펼치면 삽화의 분량이 방대해 마치 그림책 같다는 느낌마저 준다. 물론 삽화별 얽힌 이야기나 화가, 배경 설명도 상세하게 담겼다. 과학, 신화, 철학 등을 유기적으로 엮은 작가의 통찰이 돋보인다.“하늘은 늘 인간에게 질문을 던지는 존재였고, 예술가들은 그 질문에 응답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주를 그려 왔다.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곧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다.”
유럽 성당의 천장과 벽면에 가득한 성화나 반 고흐, 모네, 마티스, 조지아 오키프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 속에도 하늘과 별들이 가득하다. 책은 서양 예술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하지만 중동, 인도, 아프리카, 동아시아 등 비서구권의 예술 작품도 빼놓지 않았다.
이제 세상은 과학이 발달하며 우주를 직접 탐사하는 시대다. 과거 인류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우주의 단면을 마주한 지금 예술가들에겐 우주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대상인 걸까. 저자는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시각뿐 아니라 상상력을 초월하는 것이라면, 별은 예술의 극한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별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별이니까.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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