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도덕 기준’ 다르면, 옳고 그름 계속 따져야

1 week ago 16

◇도덕이란 무엇인가/셸리 케이건 지음·장석봉 옮김/600쪽·3만8000원·바다출판사 누군가는 사형이 정당하다고 믿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논쟁을 보다 보면,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도덕에는 정답이 없는 것일까?’ 미국 예일대 철학과 석좌교수인 저자가 오랫동안 진행해 온 강의 ‘도덕 회의주의’를 바탕으로 집필한 책이다. 앞서 책 ‘죽음이란 무엇인가’(2013년)로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선 도덕을 둘러싼 여러 회의주의적 의견을 검토하며 도덕의 본질을 탐구한다. 도덕을 둘러싼 회의주의의 역사는 오래됐다. 이들은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그럴듯해지는 의문을 던지곤 한다. 예를 들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데 누가 옳다고 할 수 있나?” 같은 질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과학에도 여러 가설과 이론이 있지만 객관적 사실이 존재하듯이 사람들의 의견이 갈린다는 사실만으로 객관적인 도덕적 진리가 없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도덕 실재론에 반대하는 이들의 또 다른 근거는 “문화가 다르면 도덕도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일례로 A문화권은 선의의 거짓말을 허용하는 사회적 규범을 갖고 있고, B문화권은 선의의 거짓말도 지양한다고 가정해 보자. 저자는 이에 대해 “만약 도덕 상대주의자들의 주장이 옳다면 이들은 다소 이상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며 “이들의 주장은 모든 도덕 규범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읽기가 쉬운 책은 아니다. 흥미로운 사고실험이나 사례가 드물뿐더러, 구성과 주제가 논문에 가깝다. 다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서로 다른 판단이 존재하더라도 무엇이 더 옳은지 끊임없이 따져 묻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좋은 삶이란 단지 내가 원하는 것을 많이 이루는 삶이 아니다”라며 “타인에게 무엇을 해도 되는지,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나의 행복과 타인의 고통이 충돌할 때 어떤 이유를 따라야 하는지를 묻지 않고서는 좋은 삶을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입담처방 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 기고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