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詩 읽고 노래 흥얼대니 뇌 치유… 삶 바꾸는 ‘예술 처방’

3 weeks ago 3

예술적 경험의 의학적 효과 증명… 콜레스테롤 저하-세로토닌 촉진
화상 환자 치료 고통 크게 줄여… 의료계 곳곳선 이미 ‘미학 처방’
일상 속 20분간 낙서만 그려도 안정 얻고 새 통찰 얻을 수 있어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수전 매그새먼, 아이비 로스 지음·허형은 옮김/368쪽·2만2000원·윌북

신간은 예술이 부리는 뇌과학적 마법을 조명한다. 그간 직감으로만 알던 것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 우리가 예술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만든다. 지친 뇌에 예술을 처방해 보자. 게티이미지코리아

신간은 예술이 부리는 뇌과학적 마법을 조명한다. 그간 직감으로만 알던 것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 우리가 예술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만든다. 지친 뇌에 예술을 처방해 보자. 게티이미지코리아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詩)를 약으로 처방했다고 한다. 최근 이 오래된 언어 예술의 생리·심리학적 효과가 연구를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같은 비(非)침습적 측정 기구를 이용해 시가 뇌에 일으키는 효과를 밝혀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뇌과학자와 아티스트의 합작품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국제예술마인드연구소 창립자인 수전 매그새먼과 구글 하드웨어 제품 개발부의 디자인 부총괄인 아이비 로스가 ‘예술이 부리는 뇌과학적 마법’을 조명했다. 흔히 직감으로만 알던 것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우리가 예술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만든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에 따르면 실험 참가자들이 시를 읽자 휴식 상태와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이 fMRI 영상으로 확인됐다. 시를 읽으면 신경과학자들이 ‘오한 직전’이라고 칭하는 상태가 온다. 차분한 감정이 서서히 최고조를 향해 가는 느낌을 일컫는다. 안정이 되지 않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 시를 몇 편 읽으면 이완되고 새로운 관점이나 통찰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다.

시 처방뿐이랴. 세계 곳곳의 의료계 종사자들은 환자에게 미술관과 박물관 방문을 권하고 있다. 이 같은 ‘미학 처방’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뇌의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운동 처방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셈이다. 딱 20분만 낙서하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만으로도 즉시 신체와 정신 상태가 나아질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의료 처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중증 화상 치료 과정을 보자. 화상 환자들은 감염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붕대를 갈고 상처를 소독해야 한다. 그 과정은 말도 못 하게 고통스럽다. 이때 이용할 수 있는 ‘스노월드’라는 장치가 있다. 통증 관리를 위해 개발된 몰입형 가상현실(VR) 프로그램이다. 환자들은 처치 과정에서 헤드셋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보고, 긴장을 풀어주는 음악을 듣고, 컴퓨터가 만들어낸 시원하고 마음 편한 흰색과 푸른색 배경의 3차원(3D) 겨울 세계로 들어간다. 눈을 뭉쳐 던지는 듯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VR을 사용한 환자들은 그냥 처치를 받을 때보다 통증을 35∼50% 덜 느꼈다고 한다. 통증 신호를 보내는 데 사용됐을 신경 회로들을 VR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예술이 신체 통증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 수 있다.

예술 처방은 산후우울증을 겪는 여성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갓 출산한 엄마들은 모유 수유를 하는 동안 항우울제 복용을 꺼린다.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으러 갈 시간도 없다. 이런 이들을 산후우울증에 맞춤 설계된 10주간의 노래 부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자,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평균 1개월 빨리 회복했다고 한다. 엄마들은 노래를 부를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대폭 감소했다.

저자들은 제안한다. 모닝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대신 20분간 ‘낙서 일기’를 그려 보라고. 또 레고 블록으로 아무거나 만들어 보거나 점토로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보라고. 하루 중 아무 때나 하던 일을 멈추고 일상에 예술을 한 스푼 더하면서 그 활동이 기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관찰해 보라고. 할 수 있는 활동은 무한정이고, 결과는 즉각적이니 당장 실천해 보길 권한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e글e글

  •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 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