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전설로 불리는 루이 암스트롱은 “재즈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당신은 결코 재즈를 알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재즈를 정의하는 순간, 그 본질과 멀어진다는 의미다.
시나리오 작가 김민주는 신간 <재즈가 너에게>에서 재즈라는 장르를 규정하는 대신, 당대 이름을 날린 재즈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 현장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키스 재럿, 엘라 피츠제럴드, 빌 에번스 등 전설적인 뮤지션의 공연 에피소드를 12통의 편지 형식으로 풀어낸다. 전작 <재즈의 계절>에 이어 ‘재즈는 인생과 맞닿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각 에피소드에는 울림이 있는 공연 순간들이 담겨 있다. 가령 미국의 재즈 보컬 엘라 피츠제럴드는 1960년 베를린 무대에서 가사를 잊어버리는 실수를 범했다. 순간 정적이 흘렀지만, 그는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재치 있게 노래를 이어 나가는 기지를 발휘했다. 실수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고 위기를 극복할 용기를 일깨우는 에피소드다.
저자가 소개하는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책장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어렴풋하게나마 재즈가 무엇인지 감각할 수 있다. 재즈가 삶에 전하는 메시지도 위로가 된다. “재즈가 오늘 이곳을 살아가는 당신에게도 반드시 들려줄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의 하루하루도 매 순간 즉흥적으로 펼쳐지는 하나의 재즈 공연과도 같으니까요.”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