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우리가 먹는 방식이 우리를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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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우리가 먹는 방식이 우리를 정의한다

나는 태어난 곳을 알 수 없고, 억지로 성장촉진제를 맞으며 서둘러 어른이 됐고, 출근 거리가 2만4000㎞에 달한다. ‘내가 먹는 게 곧 나를 설명한다’는 그 유명한 문장이 진실이라면 말이다. 터치 몇 번이면 당장의 끼니를 손쉽게 때울 수 있는 시대다. 좋은 음식이란 빠르고 편리한 음식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출간된 <슬로푸드 선언>은 이런 현대인의 식습관에 혁명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책이다. 우리가 식재료를 구입하고 섭취할 때 놓치고 있는 지점은 무엇인지 생산부터 유통, 소비 단계를 짚어본다. “이 책은 먹거리가 우리의 개인적 삶과 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올바른 방향으로 항로를 수정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천명하는 선언문이다.” 원제는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다(We Are What We Eat)’.

저자는 세계적 셰프이자 다수의 요리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 앨리스 워터스. 1971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셰파니스 레스토랑을 열고, 현지의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한 ‘농장에서 식탁으로 운동’을 미국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신선한 제철 재료를 고집하는 요리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에더블 스쿨야드 프로젝트(Edible Schoolyard Project)’를 펼치며 세계 각국 학교에 텃밭을 만들고 아이들이 건강한 식문화를 배우도록 돕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서 ‘국가 인문학 훈장’을 받았고,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등 권위 있는 상을 여러 번 받았다.

책은 ‘먹는다’는 행위가 개인의 허기를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적 행위이자 사회적 선언이라고 강조한다. 음식은 단지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공동체를 만들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되살리는 출발점이다. “먹는 것은 ‘정치적’ 행위가 된다. 우리가 날마다 내리는 결정이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모든 음식은 근본적으로 우리를 지구의 생명력과 연결해주는 끈이다.”

<저속노화 식사법> 저자인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이 책을 추천하면서 “‘끼니를 때운다’라는 말이 일상인 시대에, 이 책은 식탁을 우리 삶과 세상을 돌보는 공간으로 복원해낸다”며 “부디 이 책이 많은 이의 손을 거쳐, 바쁘고 지친 이들의 식탁 위에 따뜻한 삶의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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