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성공한 리더들은 왜 미술관을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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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성공한 리더들은 왜 미술관을 찾을까?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검증된 업무 능력과 인재를 모아 이끄는 리더십, 그리고 운(運). 그러나 이 공식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이끌며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들의 공통점은 ‘남들과 다르게 보는 눈’이다. 아무도 못 본 미래를 읽고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는 힘, 그것이 결정적인 차이를 낳는다.

신간 <왜 성공한 리더들은 아무리 바빠도 미술관에 가는가>는 이 질문에 상세히 답한다. 저자 아키모토 유지는 도쿄예술대 명예교수이자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특임 관장이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 신세계 정용진, 방탄소년단 RM까지. 세계적 리더들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뉴욕 MoMA, 파리 오르세, 런던 테이트를 찾는 이유는 단순 여가활동을 위해서가 아니다. 현대미술이 던지는 낯선 질문들이 그들의 혁신적 사고를 촉발하기 때문에 미술관에 간다.

저자는 “비즈니스에서는 숫자와 데이터가 중심이지만, 미술 작품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사유하게 된다. 그 순간 리더는 평소 잊고 지내던 자기 성찰과 직관을 되찾는다”고 강조한다.

현대미술은 당연하게 여겨온 상식을 의심하게 한다. 마르셀 뒤샹이 남성용 소변기를 전시장에 내놓은 작품 <샘>(1917)은 ‘미술은 눈으로 즐기는 회화’라는 개념을 무너뜨렸다. 저자는 이런 충격이야말로 리더에게 필요한 발상의 전환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리더를 “광산의 카나리아”에 비유한다. 보이지 않는 가스를 먼저 감지해 광부들을 살려내는 카나리아처럼 리더는 변화의 조짐을 읽어야 한다는 것. 미술관은 바로 그 촉각을 기르는 훈련장이 된다.

미국 출신 현대미술가 제임스 터렐은 “아티스트는 답을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제기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저자는 이를 인용하며 “앞으로 필요한 것은 해답보다 질문을 던지는 통찰력과 독창적 시각”이라고 강조한다. 현대미술은 끊임없이 인간의 개념을 확장하고, 미지의 세계를 탐구한다. 리더들에게 필요한 발상 전환은 바로 이 과정에서 태어난다.

무엇보다 현대미술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을 읽어낼 실마리가 숨어 있다. 저자는 “기업이 아직 감지하지 못한 변화를 예술은 먼저 포착한다”고 썼다.

이 책은 미술 해설집이 아니다. 리더가 예술을 통해 감각의 근육을 회복하고, 데이터와 성과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돕는 전략서다. 업무에 파묻힌 채로는 얻을 수 없는 사유의 시간을 예술이 선물한다. 리더십의 본질은 정답을 아는 데 있지 않고, 새로운 질문을 발견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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