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은 왜 일어났는가. 윤석열 개인의 탓인가. 그를 막지 못했던 국무위원들 때문인가. 그를 비호했던 국민의힘 때문인가. 어쩌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역사적 전통에서 비롯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윤석열 내란의 구조적인 원인과 한국 민주주의의 남은 과제를 면밀히 분석한 책이다. 학자, 언론인, 법률가, 경제평론가, 정신과 의사 등 50인의 전문가들은 비상계엄을 단순한 ‘예외적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이들은 내란 사태가 가능했던 조건을 제대로 짚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저자들은 △역사 △정치 △경제 △외교 △윤석열 △극우 △시민운동 △지역 △헌정질서 등 9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대한민국의 가장 취약하고 갈등이 집중된 영역을 조명한다. 엘리트와 시민 사이의 간극은 한국 사회에서 나날이 커지고 있다.
양극화가 불러온 극우 이념과 권위주의 역시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루며 선진국에 진입했던 게 사실이다. 저자들은 이번 사태가 우리 역사의 낙관적 흐름을 근본적으로 뒤바꿨다고 지적한다.
123일간 온 나라를 혼란에 빠트렸던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의 탄핵 심판 선고와 정권 교체라는 결말을 맞이했다. 하지만 내란 사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으며, 심지어 다음엔 성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자들은 “12·3 비상계엄을 단죄하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내란이 벌어진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며 “이제 대한민국이 그 원인을 치열하게 성찰하고 해답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