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의 카르멘’으로 불리며 국내외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해온 메조소프라노 백재은, 해박한 지식과 유쾌한 해설로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서 온 음악평론가 장일범이 오페라의 매력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책이다. 오페라에서 가장 빛나는 16곡의 아리아를 주제로 삼아 사랑, 열망, 운명 등 감정의 흐름과 예술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두 사람의 대담으로 엮었다.
두 사람은 라디오 방송에서 매주 오페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책은 방송에서 미처 다 나누지 못한 대화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백재은은 성악가답게 오페라 속 인물을 노래하기 위해 탐구했던 문학과 역사, 시대 배경, 성악가들의 무대 뒤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일범은 평론가의 시선으로 작품의 구조와 작곡가의 의도, 음악사의 맥락을 세심하게 풀어낸다. 흥미롭게 펼쳐지는 두 사람의 대화는 오페라를 낯선 장르가 아닌 지금 이 순간 우리의 감정과 감각을 비추는 거울로 바꿔 놓는다.
성악가와 평론가의 대담을 통해 오페라 아리아의 새로운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카르멘’의 ‘하바네라’는 단순한 유혹의 노래를 넘어 여성의 욕망과 자유에 대한 선언이며, ‘토스카’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는 죽음을 앞둔 예술가의 절절한 고백이자 오페라 미학이 응축된 장면으로 해석된다. ‘라 보엠’의 ‘그대의 찬 손’은 사랑이 시작되는 찰나의 설렘과 긴장을 표현하며 인물의 순수한 마음과 삶의 온기를 전하는 가장 아름다운 고백으로 그려낸다. 한 곡의 노래 속에 예술과 인간, 감정과 사유가 만나는 접점이 있음을 두 사람의 대화는 잘 보여준다.
백재은은 서문을 통해 “여기에 소개한 열여섯 곡의 아리아를 어쩌면 반복되는 일상에서 우리를 잠시나마 구원해줄 뜻밖의 탈출구가 될지도 모른다”며 “오페라의 문턱을 낮추는 길잡이가 되고, 익숙한 선율 속 감정을 다시 음미하는 새로운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뻔한 오페라 입문서가 아닌, 색다르면서도 흥미로운 오페라 입문서를 찾는다면 이들의 대화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