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엔 격려, 실패엔 관용", 中 빛낸 과기인 100인 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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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 곳곳에 과학자 동상 > 선전 인재공원 내 과학자를 기리는 조형물.  강경주 기자

< 공원 곳곳에 과학자 동상 > 선전 인재공원 내 과학자를 기리는 조형물. 강경주 기자

중국 광둥성 선전시 난산구에 조성된 ‘중국국가인재공원(Talent Park)’에 가면 두 가지 사실에 놀란다. 대형 공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초고층 빌딩 스카이라인이 조화를 이루며 바다에 반사돼 장관을 연출한다.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공원에 설치된 조형물과 기념비에 눈길이 쏠린다. 대략 3~4m 간격으로 길게 늘어선 기둥엔 중국을 대표하는 과학자 100인의 업적이 촘촘히 새겨져 있었다.

공원을 방문한 지난달 말 때마침 알리바바 연구원들이 과학기술인 업적을 기리는 조형물 앞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마오쩌둥의 어록과 공산주의를 신봉하던 중국이 이제는 과학기술을 그들 사회를 지탱하는 ‘사상’으로 신봉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과학자 조형물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한 뒤 자녀에게 업적을 설명하는 부모들도 자주 마주쳤다.

선전 최고 부촌인 난산구에 공원을 조성해놓고 “국력은 과학자로부터 나온다”고 아이를 가르치는 모습에서 우리가 알던 ‘짝퉁 제조 국가’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었다. 선전에서 안식년을 보낸 차석원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2017년 조성된 이곳은 중국이 과학인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공원에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양자컴퓨터 등 주요 첨단산업 분야 연구 성과가 상설 전시된다. 톈저우 우주선 개발, 휴머노이드 로봇 다관절 제어 소프트웨어(SW)는 별도로 마련한 공간에서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과학자의 사회적 위상 제고는 중국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3년 국가과학기술진보대회에서 “국가 전략 인재는 국가의 근본이며, 과학자는 공산당과 인민이 가장 신뢰하는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과학기술자 전용 병원, 전용 보육시설, 고속철 좌석 예약 우선권 등의 예우를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원로 과학자들의 업적은 초중등 교과서에도 실렸다. 선전과 베이징, 상하이에는 과학자 박물관이 세워졌다.

중국 정부는 과학자를 미·중 패권 전쟁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쥔런’(군인)으로 대우하며 전례 없는 보수와 연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과학기술 예산으로 사상 최대인 3710억위안을 투자했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연구자 12명을 ‘국가청년과학자’로 지정해 최대 1000만위안의 연구비와 주택, 의료, 자녀교육 패키지를 제공했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인사부)에 따르면 중국의 고급 기술 인재는 6000만 명 이상이다. 그럼에도 인재 육성에 국력을 쏟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및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들은 올해 양회 정부업무보고에서 “과학기술인들의 임금 상승폭이 크지 않다”고 지적하고 기술 인재 대우 수준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차 교수는 “중국은 ‘기술=인재=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며 “반면 한국은 정책과 교육, 창업이 따로 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전=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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