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작가 학고재 개인전
사진·판화 기법 회화에 실험
'노벨상 수상' 한강 초상화 눈길
"오래된 감나무가 기세 좋게 두 화면을 가로질러 뻗어있어. 꼭대기에 앉은 잿빛 새는 사각의 화면을 내려다보고 눈길이 머무는 곳엔 뛰거나 헤엄치는 고라니들이 여럿 지나가. 그거 알아? 고라니의 다른 이름이 물사슴이야." 서울 삼청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젊은 작가 김은정(39)은 매일 일기를 쓴다. 그것도 아침에. 일종의 작업노트인 그날의 일기엔 날씨를 쓰고, 또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진행 상황을 적는다. 그러고는 운동화 끈을 조여 매며 뛰기 시작한다. 이달 초 간담회에서 만난 작가는 "저는 겁이 많은 편"이라며 "오늘도 뛰고 왔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마련된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일상에서 포착한 풍경들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풀어낸 회화 작품 37점을 선보인다. 폭우가 쏟아진 다음 날 생긴 폭포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고라니, 가게 앞에서 바둑을 두는 아저씨들, 애착 인형을 들고 뛰는 아이가 그렇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초상화도 전시장 벽에 걸렸다. 스웨덴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고 노벨상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모습이다.
작가는 홍익대에서 사진과 판화를 전공했다. 그래서인지 화폭엔 실험적 요소가 다분하다. 창문 양쪽처럼 캔버스를 나란히 이어 붙여 하나의 화면을 구성하는 식이다. 여름 초입 산란기를 맞은 백로들이 나무 하나에 모여 알을 낳는 광경을 담은 '부리 물고기 뿌리'는 6개의 캔버스를 하나로 모은 작품이다. 각각 떼어내도 개별적 작품으로 존재한다. 캔버스를 이어 붙이면서 필연적으로 틈이 생기는데 이 틈을 통해 작가가 만든 이미지는 '무작위로 편집된 세계'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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