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기 2000년대 초반에 향수 느껴
20년 전 음악·패션·밈 등 중국서 큰 인기
성장 좌절된 세대에 ‘디지털 진통제’ 역할
최근 중국의 젊은 세대에게 미래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취업 시장은 암울하고 임금은 하락하고 있으며 경쟁은 끝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일부 청년들은 경제가 급성장하던 2000년대 초반의 풍경을 온라인에 재현하며 위안을 얻고 있다.
2000년대의 향수, ‘드림코어’ 선풍적 인기
중국 Z세대 사이에서 ‘차이니즈 드림코어(Chinese Dreamcore)’라는 디지털 서브컬처가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드림코어는 미국의 198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킨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의 유행과 비슷한 미학이다. NYT는 이 문화가 단순한 향수를 넘어 “현대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진통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복고 열풍이 주기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 카페, 파란색 유리로 덮인 고층 빌딩, 그리고 독특한 청년 서브컬처의 이미지들이 온라인을 뒤덮고 있다. 중국 소셜 미디어인 샤오홍슈(Xiaohongshu) 등에 올라오는 전형적인 게시글은 다음과 같다.
“어머니의 목소리에 잠에서 깬다. 2008년의 평범한 주말이다. 아침 식사 후 어머니를 따라 미용실에 간다. 파란색 창문이 달린 건물들을 지나,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KFC에서 점심을 먹는다. 길을 가다 기괴한 분장을 한 ‘샤마터(짙은 화장과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을 즐겼던 당시 농민공 청년 하위문화)’ 무리를 마주친다. 날이 어두워져 집으로 돌아오며 당신은 생각한다. ‘매일이 오늘같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온라인에 게시된 밈, 애니메이션, 옛날 사진, 레트로 플레이리스트에는 밝은 색상의 운동 기구, 초기 메시징 플랫폼인 QQ의 알림음, 전통적인 짙은 나무색의 거실 가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주제곡 등이 등장한다.
왜 그들은 과거를 그리워하는가?
난징 둥난대학교의 미디어 학자 한샤오창 부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환상과 소원 성취의 한 형태’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들은 현실을 바꿀 수 없기에 향수를 이용해 꿈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그들의 어린 시절 꿈은 찬란했지만, 어른이 되어 마주한 사회는 기대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이니즈 드림코어의 주요 팬층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Z세대다. 이들은 인터넷의 부상과 함께 중국이 개발도상국에서 미국에 필적하는 강대국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과정을 목격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 그들의 기억 속 풍경은 대부분 철거되거나 사라졌다.
청두의 35세 예술가 아이커웨이는 코끼리 미끄럼틀이나 파란색 물통 등 어린 시절의 기억을 결합한 드림코어 작품을 만든다. 그녀는 사람들이 다이얼업(dial-up·전화선으로 연결) 인터넷 시대의 단순함과 희망찬 분위기를 그리워한다고 말한다.
“당시에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지만, 미래는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세상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그 느낌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죠.”
사라져가는 기억을 기록하는 예술가들
과거의 편안했던 흔적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차이니즈 드림코어가 정서적인 공감대를 크게 형성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애니메이터 리하오란은 철거된 허난성의 고향 집을 비롯해 백조 모양의 오리배, 당시 흔했던 흰색 타일 건물 등을 작품에 담아내며 이것이 “어린 시절의 일부를 구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각 예술가 황허산의 시리즈 ‘Too Rich City’는 드림코어의 초기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사람들이 이 이미지들을 보며 자신이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불현듯 깨닫는다고 설명한다.
사진작가 류위자(24)는 230개 이상의 중국 도시를 여행하며, 철거 위기에 놓인 2000년대의 독특하고 미래지향적인(때로는 촌스러운) 건축물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당국의 경고와 드림코어의 진정한 의미
2020년대 들어 차이니즈 드림코어는 비디오 게임, 책, 광고, 훠궈 식당의 식기, 약 포장지에까지 등장하며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중국 정부가 이 콘텐츠를 검열하지는 않지만, 관영 매체들은 과거를 이상화하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월, 간쑤성 선전부의 한 사회과학 저널은 “Z세대가 통제 불능 상태로 드림코어의 환상에 몰입하면 실존적 위기나 숨겨진 이념적 위협을 유발하여 청년들의 건전한 가치관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차이니즈 드림코어를 즐기는 이들에게 이것은 과거 세대 예술가들의 맹목적인 체제 비판이나 얕은 현실 도피가 아니다. 영국 유학 후 중국으로 돌아온 예술가 아이커웨이는 이것이 급격한 기술 변화와 불확실성 앞에서의 ‘단절감’을 해소하는 과정이라고 역설한다.
“이는 혼란과 취약성을 겪고 있는 비슷한 사람들을 찾으려는 노력입니다. 모두가 잠시나마 편안해질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찾는 것이죠. 자신의 슬픔을 마주하고 ‘나도 그래’라고 공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치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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