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 김이 이끈 K푸드 수출 전선이 떡볶이와 김밥, 어묵 등 ‘K분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해외 소비자들이 K콘텐츠를 통해 접한 한국식 길거리 음식을 일상식처럼 소비하기 시작하면서다. 과거 K푸드 수출이 저장성과 범용성이 강한 라면·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한국식 먹는 경험’ 자체가 해외 시장으로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부산 대표 어묵 브랜드 삼진어묵이 중국 현지 1호점을 열고 본격적인 해외 매장 사업에 나서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현지 브랜드의 모방 속도가 빠르고 자국 소비 성향이 강해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이른바 ‘무덤’으로 불리는 시장이다. 삼진어묵의 이번 진출이 단순 해외 출점이 아니라 K분식 글로벌화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로 평가받는 이유다.
“고단백 간식”으로 중국 2030 공략
1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진어묵은 오는 20일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 중국 1호점을 연다. 삼진어묵이 중국에 정식 매장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진어묵은 어묵을 단순 분식 재료가 아니라 ‘고단백 수산 간식’으로 재해석해 중국 2030 소비층을 공략할 계획이다.
최근 중국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는 저칼로리·고단백 간편식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훠궈와 마라탕 등 중국식 외식 문화에 익숙한 현지 소비자들이 어묵 특유의 쫄깃한 식감에도 비교적 거부감이 적다는 점도 고려했다. 업계에서는 삼진어묵이 단순히 “한국식 어묵”을 파는 것이 아니라 건강 간식과 K스트리트푸드 경험을 함께 판매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국내 식품·외식 기업들이 잇따라 도전했다가 고전한 시장이다. 현지 브랜드의 빠른 모방과 가격 경쟁, 지역별로 다른 입맛, 애국 소비 성향이 강한 유통 구조 등이 진입 장벽으로 꼽힌다. 실제 국내 프랜차이즈와 베이커리 브랜드들도 한때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렸지만 수익성 악화와 현지 경쟁 심화로 사업 구조를 축소한 사례가 적지 않다.
삼진어묵의 전략은 ‘제품 판매’보다 ‘문화 수출’에 가깝다. 삼진어묵은 국내 최초로 ‘어묵 베이커리’ 콘셉트를 도입해 기존 시장과 차별화했다. 부산 영도 본점에는 어묵 역사관과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어묵을 안주처럼 즐기는 ‘삼진포차’, 씨푸드 버거 브랜드 ‘비킹후스’, 시몬스와 협업한 팝업스토어 ‘삼진호’ 등으로 브랜드 경험을 확장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K푸드 수출은 제품을 대량 유통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 세계관과 체험을 함께 수출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삼진어묵은 어묵 자체보다 ‘부산식 어묵 문화’를 팔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조미김 다음은 ‘K분식’
K푸드 수출은 이미 라면과 김을 중심으로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 관세청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라면 수출은 2015~2024년 연평균 21.3% 성장하며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김 역시 글로벌 슈퍼푸드로 주목받으며 같은 기간 연평균 14.2%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김 수출이 조만간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그 흐름이 떡볶이와 김밥, 어묵 같은 K분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핵심 배경은 K콘텐츠다. 넷플릭스 드라마와 유튜브 먹방, K팝 콘텐츠 등을 통해 떡볶이와 김밥을 접한 해외 소비자들이 실제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과거에는 해외 소비자가 라면처럼 익숙한 면 요리부터 접근했다면 이제는 한국식 길거리 음식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떡볶이는 미국과 일본, 호주 등 49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 최근 3년간 한국발 수출액은 연평균 103% 성장했다. 미국에서는 월마트와 코스트코, 크로거 등 대형 유통망에 입점했다. 현지 소비자 사이에서는 “맵지만 계속 먹게 된다”, “쫄깃한 식감이 독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냉동김밥 성장세도 가파르다. 비비고 냉동김밥은 미국과 유럽, 영국, 호주, 일본 등 25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2023년 출시 이후 올해 1분기까지 누적 판매량은 1150만봉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틱톡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K김밥 먹방’ 영상이 확산되며 수요가 급증했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 식품업계 최초로 냉동김밥 자동화 생산시설도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K푸드가 유행 단계를 넘어 글로벌 일상식 시장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
삼진식품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연결 기준 매출은 2021년 787억원에서 2022년 826억원, 2023년 846억원, 2024년 964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095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삼진식품은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성장 재원도 확보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K푸드 초기 수출이 라면과 김처럼 저장성과 범용성이 강한 품목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한국식 식문화 자체가 수출되고 있다”며 “삼진어묵 중국 1호점은 K분식이 해외에서 일상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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