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라는 표현은 활동적이며 소비 성향이 강한 노년층을 지칭하기 위해 고안됐다. 일본에서 2007년경 먼저 만들어졌고, 한국에서도 2010년대 초반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가정과 사회가 부여했던 ‘밥벌이 의무’에서 해방돼 자신을 위해 활기찬 은퇴 생활을 하는 사람들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말 그대로 액티브 시니어로 활기차게 살려면 스포츠 활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50대와 60대는 각각 62.8%와 65%로, 10대(45.9%)보다 그 비율이 높다. 또 이들 10명 중 8명은 걷기와 등산을 한다고 한다. 얼핏 생활체육 참여율이 상당해 보이지만 착시 현상이다. 조사에서 생활체육 참가 여부는 ‘최근 1년간 주 1회 30분 이상 운동’으로 따진다. 통상 ‘주 3일 이상’을 기준으로 잡는 외국에 비해 관대하다. 게다가 이 관대한 기준으로 봐도 규칙적인 체육 활동을 하지 않는 국민이 29.2%나 된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19.2%를 차지했다. 올해는 20%대를 넘어 2030년 25.3%, 2040년에는 34.3%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사상 첫 1000만 명을 돌파한 시니어들은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누리고 싶어 한다. 이들을 위한 스포츠 제도는 충분한가?국민체육진흥공단은 ‘국민체력100’ 프로그램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체력 측정과 운동 처방, 건강 상담을 해주고 있다. 세종시와 충북 제천시, 음성군 등에는 시니어 친화형 국민체육센터가 건립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어르신 운동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전체적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스포츠시설 이용료나 강습비를 지원하는 스포츠 바우처 제도는 저소득층 유·청소년이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시간도 많고 의욕도 넘치는 시니어를 위한 스포츠 정책이 더 많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시니어 스포츠 정책은 무엇보다도 사회적 고립 해소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이들을 경기장에 끌어들이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최근 아들과 FC서울의 안방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더니 입구에서부터 펼쳐지는 활기찬 분위기가 저절로 엔도르핀을 돌게 하고 끊임없는 응원 소리는 청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65세 이상은 5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구단별로 ‘시니어응원단’이 생기면 근사할 것 같다. 물론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축구장 분위기에 위축될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물 흐린다’며 눈치 주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그럴 때는 ‘충청도 누아르’로 유명한 영화 ‘짝패’의 대사를 떠올리시라. 유석환(류승완)은 선배 정태수(정두홍)를 집단 린치하는 젊은이들에게 외친다. “니들은 집에 삼촌도 없냐?”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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