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파산 수순]
회생절차 1년 넘으며 피해 누적… 입점업체 “권리금에 보증금도 위태”
정부, 1인 2100만원 체불임금 지급… 납품사엔 4400억 긴급 유동성 지원
3일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만난 직원 전홍선 씨(56)는 점포를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방문객은 고기 코너에 놓인 텀블러, 신선식품 매대를 채운 칼과 도마, 채소 코너의 조리도구를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전 씨는 서울회생법원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폐지 소식에 “직원 월급도 한 달 치가 밀린지라 대출을 받아서 생활하는 분들은 법원 결정에 완전히 ‘멘붕’에 빠졌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빅3로 불리던 홈플러스가 사실상 파산을 앞두게 되면서 직원과 입점업체 직원, 납품 소상공인 등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의 회생 절차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피해가 누적돼 온 만큼 홈플러스를 통해 생계를 꾸려 온 서민들이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됐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홈플러스 직원은 1만2000명 정도다. 3000명가량은 홈플러스가 지난달 점포 37곳을 폐점한다고 발표한 후 휴직 중이다. 지난해 3월 126곳에 이르던 홈플러스의 점포 수는 지난달 말 기준 67곳까지 줄었다. 직고용된 인원과 주차·카트 관리, 청소 등 간접 고용 인원 약 1000명까지 합하면 대규모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불가피한 셈이다.
납품업체들의 피해도 크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 대금 정산 지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응답은 76.7%에 달했다. 받지 못한 납품대금 규모는 최댓값·최솟값을 제외하고 평균 7억74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날 홈플러스 회생 절차 폐지에 따른 파급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주재로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근로자와 중소 협력업체 지원책을 내놨다. 임금 체불 피해 근로자에게 1인당 최대 2100만 원까지 체불 임금 대지급금을 지급하고, 1인당 1000만 원 한도로 체불액 범위 내에서 생계비 융자를 연 1.5%의 저금리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홈플러스가 주요 거래처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긴급경영안정자금 900억 원,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특례보증 3500억 원 등 총 4400억 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폐점, 임금 체불 등으로 실직하게 된 근로자들은 실업급여를 받게 된다. 하지만 권리금과 보증금, 장기간 누적된 월세 부담 등 입점업체들에 대한 구제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그동안 홈플러스에 입점해 영업을 하기 위해 권리금, 월세 등을 지불하던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더 큰 여파가 미칠 것”이라며 “정부가 좀 더 면밀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명확한 피해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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