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홈플러스… 부채비율 2955%에 추가 자금 확보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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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파산 수순] MBK, 인수자금 60% 차입금 조달
점포 매각후 재임차로 되레 발목… 임차료 年4000억 부담 수익성 악화
온라인몰 재편도 대응 못해 적자… MBK-메리츠, 2000억 부담 공방도

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수산물 매대에 식품 대신 판매용 그릇이 놓여 있다. 홈플러스가 경영난에 빠진 뒤 제대로 납품을 받지 못하자, 진열대를 비워둘 수 없어 선택한 고육책이다. 서울회생법원이 이날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하면서 대형마트 빅3로 불리던 홈플러스가 사실상 파산에 내몰리게 됐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수산물 매대에 식품 대신 판매용 그릇이 놓여 있다. 홈플러스가 경영난에 빠진 뒤 제대로 납품을 받지 못하자, 진열대를 비워둘 수 없어 선택한 고육책이다. 서울회생법원이 이날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하면서 대형마트 빅3로 불리던 홈플러스가 사실상 파산에 내몰리게 됐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한때 대형마트 업계 2위로서 전국 각지에 140여 개 점포를 거느렸던 홈플러스가 30년 만에 파산 수순을 밟게 됐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후 영업 부진과 자금난이 겹친 데다 회생 계획 이행에 필요한 추가 자금 확보에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14일 이내에 2000억 원을 마련해 법원에 즉시항고 하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뒤집힐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 업계 2위에서 파산 위기 기업으로

1997년 출범한 홈플러스는 1999년 영국 테스코가 경영권과 지분 49%를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마트에 문화센터, 푸드코트 등을 갖춘 복합 생활공간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이마트, 롯데마트와 함께 ‘대형마트 빅3’로 꼽혔다. 2013년에는 매출 8조9298억 원, 영업이익 3382억 원으로 업계 2위에 올랐다. 2015년 7조2000억 원에 MBK에 팔릴 당시엔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MBK가 인수 자금의 약 60%(4조3000억 원)를 차입금으로 조달한 점은 홈플러스의 발목을 잡았다. MBK는 차입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우량 점포 68곳을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점포 매각 후 재임차)에 나섰다. 단기적으로는 현금을 확보했지만 매년 4000억 원 안팎의 임차료를 부담하면서 장기 수익성은 악화했다.

소비 트렌드가 새벽배송, 당일배송, 모바일 장보기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홈플러스는 자금난과 마트 규제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2021년 영업 손실 1335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5464억 원까지 확대됐다. 올 2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2955%에 달했다.

자금난이 길어지면서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2월 말 홈플러스 단기채권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 하향 나흘 뒤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신용등급은 최하위인 ‘D’로 떨어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모든 자원을 이자 갚는 데만 쓰고 재무 구조 개선에만 치중한 경영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3000억 원의 자금을 유치하고, 대기업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을 전제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를 하림그룹에 매각해 1206억 원을 확보했고 MBK는 긴급운영자금 1000억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추가로 필요한 2000억 원의 조달 방안을 끝내 제시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은 채 영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급여, 물품대금 채무, 조세 등 공익채권이 급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업 부진으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제때 지급조차 못 하는 급여와 세금만 쌓이고 납품 기업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본 것이다. ● 불완전 판매·책임 공방 논란도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됐지만 홈플러스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홈플러스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알고도 개인에게 단기 회사채를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완전 판매’ 논란이 불거졌다. 419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전자단기사채는 사실상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회생절차 막판에는 2000억 원의 추가 지원 자금을 두고 대주주 MBK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맞섰다. 2000억 원을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옥신각신하며 책임 공방을 벌이는 사이,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추가 자금 조달은 끝내 불발됐다. 외신도 이번 사태를 MBK의 대표적 투자 실패 사례로 평가했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홈플러스 사태를 두고 “MBK의 홈플러스 투자가 사실상 실패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으로 귀결됐다”고 진단했다.

홈플러스는 이번 결정에 대해 14일 이내 서울고등법원에 즉시 항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취소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지만 MBK와 메리츠금융이 자금 마련 방안을 놓고 장기간 이견을 보여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전날 제재심의위원회에서 MBK 주요 임원들에 대한 ‘직무정지’ 등의 중징계 결론을 내렸다. 현행법상 MBK에 불건전 영업행위 및 내부통제 의무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본 것이다. MBK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는 이르면 다음 달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결정된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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