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에서 산업·생태계로… 30년 만에 새 틀 짜는 문화예술진흥법[기고/성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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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고 이어령 선생은 생전 “입법은 미래의 시간을 다룬다. 앞을 내다봐야 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과거의 규범만 가지고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법을 개정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변화한 현실과 새로운 수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법 개정 역시 미래의 시간을 담아내는 작업이다. 문화예술진흥법은 1972년 제정됐다. 이 법의 제정은 대한민국 문화행정의 패러다임이 개별 예술가 보호에서 국가 차원의 종합적·제도적 문화예술 지원 정책으로 전환됐음을 알린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문화예술을 국가가 정책적으로 진흥·육성해야 할 공공영역으로 법제화했다는 점에서도 문화사적 의미가 크다. 최근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법 체계 전반을 정비한다는 점에서 문화계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과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각각 개정 작업에 나섰다. 조 의원은 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고, 박 의원은 현행법의 기본법적 기능을 보강하는 방식을 택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두 안이 하나의 체계로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정은 급변하는 예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다. 예술시장의 성장과 기술 발전, 국제 교류 확대와 K컬처의 세계적 약진, 기초예술과 문화산업의 결합 등 예술 현장의 지형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존 법 체계의 복잡성과 정책 수단의 한계도 개정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문화예술 지원체계 정비, 예술산업 육성,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법 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한 이유다. 전면개정안에선 예술산업 개념을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주목된다. 예술을 산업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창업과 융자, 기술 개발 등을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현행법에도 문화산업에 관한 개념은 존재하지만, 기초예술 자체를 산업 생태계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법 전면 개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의 통폐합도 예상된다. 가령 예술지원경영센터를 한국예술산업진흥원으로 확대, 개편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관심을 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명칭을 한국예술위원회로 변경하는 방안도 주목할 만하다. 위원회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기관의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부 개정안은 문화예술 정책의 기본 원칙을 세우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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