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개선 요구는
① 초기엔 거래소 공시부터
법적공시 도입전 혼선 줄여
② 허위·누락 공시 논란 우려
기후 변화 등 미래전망 담아
③ 기업자료만으로 산정 불가
협력사·소비자 영역 제외를
정부가 자산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속 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추진한다. 탄소 배출량과 감축 목표, 기후변화가 매출·생산시설·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사업보고서에 의무적으로 담는 방안을 자본시장법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시행착오 기간을 두지 않고 예측 가능하지 않은 사안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해, 어길 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속 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상 기업은 107개사로 추산된다. 기업은 매해 확대돼 2029년에는 자산 5조원 이상 157개사, 2030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259개사로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당초 2월 지속 가능성 공시 로드맵 초안을 공개했다. 이보다 강화된 방안을 자본시장법에 담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초안은 2028년 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시작해 2029년 10조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예시로 들었다. 현재 거론되는 안대로라면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의 공시 편입 시점이 1년 앞당겨진다. 2029년 이후 일정을 국제 동향과 기업 준비 상황을 보며 정하겠다는 초안과 달리 2030년까지의 적용 대상도 구체화되는 구조다.
기업들에 더 민감한 대목은 공시 채널이다. 금융위 초안은 초기에는 거래소 공시로 운영하고 제도 안착 이후 법정 공시 전환을 검토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현재안은 사업보고서 기재를 추진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지속 가능성 정보가 여기에 들어가면 허위 기재와 중요 사항 누락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 초기 시행착오 불가피
현행 자본시장법은 사업보고서의 중요 사항을 잘못 기재하거나 빠뜨린 경우 과징금과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 형사책임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초기 몇 년간은 거래소 공시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를 갖춘 뒤 법정 공시로 넘어가야 기업과 투자자 모두 혼선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업들은 지속 가능성 공시의 '모호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반 재무 공시는 이미 발생한 숫자를 중심으로 해 내용이 뚜렷하다. 반면 기후 공시는 미래 전망과 추정에 기대야 한다.
◆ 기후 예측, 기상청도 어려운데…
기후변화가 매출과 원가, 공장 가동률, 공급망에 미칠 영향은 탄소 가격, 규제 변화, 기온 상승 시나리오, 고객사의 전환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담았다가 실제 결과와 차이가 나면 허위·누락 공시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2031년부터는 부담이 더 커진다. 이른바 '스코프3' 공시까지 시작되기 때문이다. 스코프3는 기업이 직접 배출한 탄소뿐 아니라 협력사 공정, 원료 생산, 물류, 임직원 출장·출퇴근, 소비자의 제품 사용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까지 포함한다. 기업 내부 자료만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공시 범위에 들어가는 만큼 대기업이라도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탄소 배출량 전망치처럼 아직 산정 체계가 충분히 정착되지 않은 항목까지 의무 공시에 포함할 경우 계도 기간이 있더라도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해외 탄소배출권 구매, 글로벌 공급망 배출량 산정, 협력사 데이터 확보 등 세부 기준이 복잡해질수록 기업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김정석 기자 / 신윤재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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