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1971∼ )
어렵고 불편한 일인데 그 일 앞에서 자신을 기꺼이 지불하며 “다 제 지복입니다” 하고 말하는 이를 본 적이 있다.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일 앞에서도 자신의 운명을 긍정하는 사람. 그건 어떤 경지일까? 화자는 시작부터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부끄러움은 “애매함”에서 온다며 “흐리고 느린 마음”을 이끌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 일이란 “비 오는 날에도 꽃에 물을 주고 싶고 풀을 뽑고 싶고 매일 내 잡초를 뽑기 위해 일기를” 쓰는 일이다. 행여 꽃일지도 모른다며 “풀 비스무레한 것을 심기로” 결심하는 일이다. 그는 이 모든 일을 지복이라 명명한다. 지복(至福), 더할 수 없는 행복이란 뜻이다.
이 시는 어쩐지 윤동주의 서시와 겹쳐 보인다. 먼 옛날 윤동주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며 참회했다면, 지금 이곳에서 지연 시인은 “부끄러운 바위”를 세우고 혼자만의 정원에서 풀을 심는다. 꽃은 아니지만 어쩌면 꽃이 될지도 모를, 한 포기 풀을 심는 일! 끝내 더럽혀지지 않을 참회의 언덕에서 울리는 시인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박연준 시인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4 weeks ago
10
![[부음] 신재식(모토로라코리아 대표)씨 모친상](https://img.etnews.com/2017/img/facebookblank.png)
![[토요칼럼] 딸깍의 시대, 사라진 보호막](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사설]착공 물량 감소에도 “수요 압력 2, 3년 더”… ‘쌍끌이 상승’ 막아야](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26/134192114.1.jpg)
![[사설]김건희 이번엔 징역 7년… 금품 받고 공직 판 ‘매관매직’ 단죄](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26/134192113.1.png)
![[사설]‘미래’ 선택한 도요타 노조, ‘눈앞의 이익’만 보는 현대차 노조](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26/134192107.1.jpg)
![베네수엘라 덮친 쌍둥이 강진 [횡설수설/이진영]](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26/134191812.2.jpg)
![[오늘과 내일/황성호]피싱도, 사기도 ‘대포통장’ 막아야 잡힌다](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26/134192100.1.png)
![[동아광장/이은주]사람들은 왜 허위조작 정보를 퍼 나를까](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26/134192097.1.png)
![[오피셜] ‘불꽃슈터’ 전성현, KT서 ‘퍼펙트 10’ 파트너 문성곤과 재회…서민수도 3년 계약](https://pimg.mk.co.kr/news/cms/202605/28/news-p.v1.20260528.c55346b19e8f45bfb362482843760fb3_R.png)

![[속보] '선발 제외' 김혜성 좌익수 교체 투입→첫 타석 158㎞ 총알 안타 폭발](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5/2026052811221651742_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