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국내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가치를 제고(밸류업)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통한 성장 동력 회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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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챗GPT) |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3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와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밸류업의 해법이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배당 확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밸류업의 본질은 성장동력 회복”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경제학회,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 주최했다.
최 교수는 “한국 시장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의 원인을 취약한 지배구조나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에서 찾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이는 절반의 진단일 뿐”이라며 “PBR은 단순한 고·저평가 지표가 아니라, 과거 투자 이력 대비 미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하는 척도”라고 짚었다. PBR은 장부가격(청산가치) 대비 시장가격(시가총액)의 비율인데 여기서 장부가격은 회사의 과거 투자 이력을, 시장가격은 미래 가치를 각각 반영한다는 해석이다.
그는 “한국 대기업의 낮은 PBR은 곧 혁신 성장의 부재를 의미한다”면서 “현재 한국 증시는 전통 제조업 기반의 레거시 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유형자산에 집중돼 있고 연구개발(R&D) 비중은 낮다”고 꼬집었다.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플랫폼,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무형자산 기반의 혁신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라며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PBR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배당이나 지배구조가 아니라, 자기자본이익률(ROE), 연구·개발(R&D) 투자, 자본지출(CapEx), 기업의 연령 등 성장성 지표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의 자본시장 개혁 사례를 들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거래소 개편 △지배구조 개선 △연기금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거래소의 개편과 관련해서는 “유가증권시장을 지배구조 또는 주주환원 여부에 따라 우수-표준(가칭)시장으로 구분하고, 코스닥시장은 상장유지 조건을 강화해 과감한 퇴출을 시행하며, 코넥스 시장은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또 중견기업 중심의 신규 거래소나 파생상품부를 떼어 내 거래소를 지주회사화할 필요성도 있다고 봤다.
지배구조 개선은 상호주(교차지분)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상호주 축소는 거래소 개편 시 유통주식수 비율을 권고하거나 상호주에 대한 의결권을 축소하는 방안을,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선 독립이사제 도입을 제시했다.
연기금의 경우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14%로 유지하면서, 5% 이상과 1% 이상의 지분보유기업을 구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의결권 행사를 권고했다. 이 교수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위원 증원 및 지원조직 신설과 의결권자문기구 설립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