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6기씩 늘어나는 원전시장…美 그늘 벗어나 점유율 확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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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대형 원전의 신규 노형을 개발하기로 한 것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수출 모델을 다양화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 원전 르네상스 수요에 대응

13일 원전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차세대인 3.5세대 경수로 원자로 노형과 설계 방향 등을 확립하는 개념개발에 착수했다. 원자력 발전의 핵심인 ‘원자로 핵증기 공급 계통(RCS)’ 설계를 미국 기반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 짜는 게 목표다.

年 16기씩 늘어나는 원전시장…美 그늘 벗어나 점유율 확대 나서

RCS는 원자로에서 핵분열을 통해 발생한 열을 증기발생기로 전달해 발전용 터빈을 돌릴 수 있도록 고온·고압의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시스템이다. RCS 내에 원자로, 냉각재펌프, 가압기, 증기발생기 등을 몇 개씩 어디에 배치할지가 설계의 핵심이다. 미국은 가장 오래된 RCS 기본 설계 모형을 가진 원천 기술 국가다. 한수원은 이번 개발로 미국이 보유한 RCS에서 벗어나 새로운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한수원이 대형 원전 노형 개발에 나선 건 6년 만이다. 2016년 시작한 혁신형 원전 프로젝트 아이파워(I-Power)가 탈원전 기조로 2019년 중단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원전 수요가 급증하자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원천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최대 557기가와트(GW) 규모의 신규 원전이 추가로 건설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24%가 소형모듈원전(SMR)이고 나머지 76%는 대형 원전이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원전 용량이 통상 1GW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25년에 걸쳐 매년 최소 16기의 대형 원전이 착공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체코 원전 수출 시 지재권 분쟁을 겪은 웨스팅하우스와의 악연을 털어내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원자력학회장을 지낸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미국 원전 설계도는 이미 공개된 수준인데, 그걸 가져다 썼다고 지재권 침해라고 하는 건 마치 ‘자동차에 바퀴가 네 개 달렸으니 내 특허’라고 우기는 것과 같았다”며 “이번 기회에 미국과의 지재권 문제에서 최대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자동차 개발에 비유하면 기존 엔진 블록에 맞춰 구성된 엔진, 냉각수 파이프, 워터펌프 같은 부품을 전부 재배치하고 엔진 용량까지 바꾼다는 것”이라며 “속도나 연비 등에서 (미국식과) 완전히 다른 설계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 유럽 수출 시 운신 폭 넓어져

신형 노형을 개발하면 유럽 수출 시 한국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기술도입 계약을 맺을 당시 제3국으로의 수출 권한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22년 체코 정부가 신규 원전 사업을 입찰에 부칠 때 한수원이 참전하자 웨스팅하우스가 제동을 걸었다. 미국 기반 기술로 만든 원전인 만큼 미국 에너지부의 수출통제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양측은 협상 끝에 올해 초 합의를 이뤘는데, 원자력업계에선 한수원이 유럽 시장에 진출할 때는 웨스팅하우스와 조율하고, 중동·동남아시아 등 비유럽 시장에는 한국이 독자 진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는 “이번 독자 모델 개발로 발전소 형상을 완전히 바꾸면 지재권 잡음이 없어지고, 유럽 수출이 한층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만 새로 개발한 모델을 원활하게 수출하려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표준설계 인가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협업은 계속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일단 초기 단계인 개념개발은 독자 노선으로 가더라도 이후 단계는 수출 판로 개척 등에서 미국과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공동 개발을 염두에 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김대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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