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3인 3색 대결
이재명, 밝은색 니트 즐겨
부드러운 카리스마 부각
지지율 강세 속 공격 자제
김문수, 선명한 원색 선호
"이재명, 총각 사칭 거짓말"
비판 수위 높이며 맹추격
이준석, 젊고 세련된 정장
40대 기수 내세우며 차별화
"金, 찢어진 텐트" 송곳발언
대선 주자 3인의 '스타일 경쟁'이 치열하다. 대선 유세 발언은 물론 '그루밍'(grooming, 패션·미용에 투자하는 행위)에도 후보들의 이미지 전략이 투영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두고선 몰라보게 '순한 맛'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저돌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해 여유와 경험을 과시하며 경쟁 후보들과 차별화하는 모습이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총각 사칭" "여배우와 관계" 등 네거티브 발언도 서슴없이 하면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최연소 후보답게 톡톡 튀는 발언으로 양강 후보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이재명 후보는 발언 수위가 한결 낮아지고 패션과 헤어스타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정장을 벗고 니트 옷차림을 선택해 유권자들과 거리감을 줄이려 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온라인 출마 선언 영상에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었다. 최근 12일 동안 전국을 돌며 진행한 '경청투어'에서도 시종 밝은색 니트에 면바지를 입었다.
머리 색도 달라졌다. 지난 대선 때는 '다크 그레이(어두운 회색)'로 염색을 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갈색이 감도는 흑발을 택했다. 단정한 투블록 헤어 스타일이다. 이재명 후보 주변에선 "인상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등 호평 일색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당내 경선 때부터 감지됐다.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을 향한 직접적인 비판을 줄이고 사회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이재명 후보의 변신은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김 여사는 과거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에게)과격한 내용이라도 발언을 부드럽게 문학적으로 하면 어떨까 제안한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홍보에서도 진중한 메시지보다 친근함을 부각하고 있다. '월화수목금토일 일 잘하는 이재명'이라는 온라인 홍보 영상이 그렇다. 전남 영암에선 '영암 벽화에 감명받았잼', 해남에선 '사랑해남'이란 제목으로 맞춤형 쇼츠도 올렸다. 이름을 한 글자로 줄인 '잼'을 적극 밀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13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어떤 대통령 후보는 자기가 총각이라고 거짓말해서 어떤 여배우와 관계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제가 결혼하고 총각이라고 속였던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다 집사람에게 쫓겨난다"며 "저 김문수는 생긴 게 뼈밖에 없다. 김문수는 거짓말 시키는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전날 대구 서문시장 유세에선 "검사도 사칭하고 총각이라고 사칭하는 거짓말 도사가 있다"며 "저는 앞으로 절대로 거짓말 안 하는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고강도 발언은 이재명 후보와 격차를 좁히기 위한 '매운맛'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전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풍요롭게 하는 것이 진보이지, 가난하게 하는 것이 진보인가"라며 "가짜 진보를 확 찢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후보의 '찢다'라는 표현이 연상작용을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다만 스타일에서는 김 후보도 '젊은 감각'을 강조하고 있다.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자르고, 야구 셔츠까지 입고 있다. 홍보용 사진에도 청년들이 등장한다.
이준석 후보는 특유의 튀는 화법으로 거대 양당 후보를 쏘아붙이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경북대에서 김 후보를 겨냥해 "이재명 후보를 꺾을 만큼 가장 잘하는 선수도 아니다. 키워서 미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냐. 나이 74세인데 뭘 성장시키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김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결이 맞는 자유통일당이나 전광훈 목사와의 빅텐트는 저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하셔도 좋을 것 같다"며 "그 텐트가 얼마나 클지, 찢어진 텐트일지 모르겠지만 그쪽에 관심 가지시는 게 좋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같은 스타일 변화는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큰 현재 대선 구도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박빙 승부였던 지난 20대 대선과 달리 이번에는 이재명 후보 독주체제가 구축되면서 앞서가는 자의 여유와 쫓아가는 자의 절박함이 발언 수위나 스타일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한길리서치가 글로벌이코노믹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13명에게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49.5%, 김 후보 38.2%, 이준석 후보 5.7% 순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관의 조사는 아니지만 최근 이뤄진 가상 3자 대결 가운데 김 후보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온 셈이다. 국민의힘 측에선 보수 결집이 시작된 것 아니냐며 긍정 반응을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자동응답시스템(ARS)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진행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5%포인트, 응답률은 6.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오수현 기자 / 안정훈 기자 / 진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