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6·3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펫보험 활성화 공약을 잇달아 내놓은 가운데 보험업계와 수의업계가 제도 방향성을 두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료 산출 체계 고도화와 신규 담보 개발을 위한 표준화·데이터 축적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수의업계는 과도한 표준화와 비용 부담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양 업계 모두 펫보험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소비자 부담 완화뿐 아니라 동물등록 체계 정비와 데이터 축적 기반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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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 지방선거 공약으로 펫보험 활성화가 등장했지만, 보험업계와 수의업계는 보험료 지원보다 제도 기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사진=챗GPT) |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방선거 주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펫보험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진료비 표준수가제는 보험업계의 숙원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1999년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으로 진료비 표준수가제가 폐지된 이후 동물병원별 진료비 차이가 확대되면서 보험료 산정과 신규 담보 개발이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다만 수의업계에서는 현재 동물 의료 체계 특성상 사람 의료처럼 일률적인 표준화 적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동물 진료행위·질병 등에 대한 표준 코드를 마련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일률화가 어려운 진료 행위가 많고 신의료기술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어 사실상 완전한 표준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실화될 경우 고급 진료 위축이나 보호자 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동물등록제와 연계한 ‘내장형 등록칩 무료 지원’ 공약은 보험업계와 수의업계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반려인들의 거부감 해소가 선행돼야 하는 중장기 과제로 보고 있다. 내장형 등록칩은 동물병원에서 간단한 시술로 반려동물 체내에 삽입되지만 부작용 우려 등으로 목걸이 형태의 외장형 등록칩을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양 업계가 내장형 등록칩 의무화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펫보험 시장의 건전한 성장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일부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외장형 등록칩을 다른 반려동물에 바꿔 달아 보험금을 청구하는 모럴해저드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는 이 같은 부정 청구가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증가와 신규 담보 개발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의업계 역시 유럽 등 해외 국가의 내장형 등록칩 의무화 흐름을 반영해 유기동물 방지와 동물복지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제시한 공공형 펫보험 공약에 대해서는 보험업계 전반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서울 등 일부 지자체에서 유기동물을 대상으로 1년 단위 보험계약을 무료 지원한 사례가 있지만 실제 가입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보장 범위도 좁았다는 평가다. 일부 후보들은 지자체 단체가입 방식으로 월 5000원~1만원 수준의 보험료 제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저렴한 보험료만으로 충분한 보장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 가입 수요가 높은 상품은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높은 의료비 중심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펫보험 가입자들은 월 3만~4만원 수준의 보험료 상품에 가장 많이 가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저가형 상품보다는 동물병원 치료비를 보장하는 의료비 중심 상품 수요가 높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치과·구강질환, 슬·고관절 탈구, 특정 약물 치료 등 기존 면책(보험금 미지급) 항목을 보장하는 확장 담보 가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배상책임담보와 반려동물 장례지원비 담보 역시 주요 선택 담보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신용정보원 등을 중심으로 보험금 청구 이력과 관련 데이터가 일부 축적되고 있지만 개체 식별 체계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아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며 “동물등록 체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야 보험료 산출 고도화와 신규 담보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동물병원은 사람 의료처럼 공적 보험 체계 안에서 운영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단순히 표준화나 청구 체계 일원화만 추진할 경우 현장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 지원처럼 공공지원 체계와 연계된 방식이 함께 추진돼야 실제 정책 효과도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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