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반도체 사이클의 중심에 서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취업준비생을 넘어 10대 수험생들의 진로 선택지 안으로 치고 들어왔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메모리 업황 개선이 맞물리면서 연세대·고려대 반도체 계약학과 합격선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취업 시장의 채용 관심도 상단을 두 기업이 쌍끌이했다.
"반도체 계속 좋을 것 같아요"
20일 진학사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지방대 약대 vs 연고대 삼전닉스 학과'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10대 수험생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게 한 영상으로, 조회수 60만 회를 넘기며 화제가 됐다. 영상에서 말하는 '삼전닉스 학과'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연계된 반도체 계약학과를 뜻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졸업 후 해당 기업 입사로 이어질 수 있어 수험생 사이에선 '삼전닉스 직행' 학과로 불린다.
인터뷰에 응한 학생 상당수는 연고대 반도체 계약학과를 택했다. "반도체가 지금 계속 좋을 것 같다"거나 "바로 취직될 수 있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약사 면허와 안정성을 앞세우던 기존 선호도와 달리 취업 가능성과 산업 전망, 보상 수준을 함께 보는 시각이 10대 사이에서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입결도 올랐다…연고대 반도체 합격선 역대 최고
입시 결과도 달라지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삼성전자 계약학과)의 2026학년도 수시 합격선 평균은 1.47등급이었다. 학과 개설 첫해인 2021학년도(3.1등급)와 비교해 크게 오른 것으로, 6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 계약학과)도 수시 합격선 평균 2.68등급을 기록, 2021학년도(3.25등급)보다 높아지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려대가 공개한 정시 합격점수도 올랐다. 2026학년도 국수탐 백분위 평균은 96.67점으로 전년(95.33점)보다 상승했다. 연세대 교과전형(추천형)과 고려대 종합전형(학업우수전형) 합격선은 1등급 초반대까지 올라, 의과대학 합격선에 준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입시업계에서는 의대 선호가 여전히 강하지만, 의대를 선택하지 않는 최상위권 이과생에게 반도체 계약학과가 대안으로 들어왔다는 시각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과거에는 최상위권 이과생의 관심이 의대나 서울대 공대에 있었다면 지금은 연고대 반도체 계약학과로도 일정 부분 이동하고 있다"며 "의대 비선호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의대를 대체하는 학과 선택지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모의 지원 수치에서도 변화가 있다. 진학사 집계에 따르면 2026학년도 고려·서강·성균관·연세·한양대 5개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의 정시 모의 지원 건수는 2482건으로 전년 대비 50.8% 늘었다. 경쟁률은 22.55대1에서 35.46대1로 뛰었다. 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를 잇는 선호 서열에 반도체학과가 새로 포함됐다는 의미에서 '의치한약수반'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한정된 선발 규모도 경쟁을 키우는 요인. 2027학년도 기준 삼성전자는 연세대 100명, 성균관대 70명, KAIST(한국과학기술원) 40명, UNSIT(울산과학기술원) 40명, 포스텍(포항공대) 40명, GIST(광주과학기술원) 30명,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30명 등 총 350명을 반도체 계약학과로 선발한다. SK하이닉스는 고려대 40명, 서강대 30명, 한양대 40명 등 110명을 모집한다. 두 기업을 합친 선발 인원은 460명이다. 최상위권 이과생 사이에서 대기업 취업이 일정 부분 보장되는 통로가 제한적으로 열리면서 합격선과 모의 지원 경쟁률을 함께 밀어올리는 구조다.
취업 선호도도 쌍두마차
수험생들 관심은 취업시장 흐름으로 이어졌다. 채용 플랫폼 인크루트가 올해 3월부터 이달 둘째 주까지 공채 소식 페이지 조회수를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가 전체의 6.1%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2위 기아(5.1%), 3위 현대자동차(4.5%), 4위 삼성전자(4.4%) 순이었다.
SK하이닉스에 관심이 집중된 배경에는 '억대 성과급' 이슈가 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9월 노사 합의를 통해 기본급 1000% 상한을 폐지하고, 전년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PS)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 구조에 따라 2025년 성과급은 PI 포함 총 3264%가 지급됐다. 연봉 1억원인 직원 기준으로 약 1억4820만원을 받은 셈이다.
성과급에 대한 기대감은 생산직 채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SK하이닉스 생산직 공고가 올라오자 온라인에서는 '대국민 오디션', '하닉고시'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해당 채용이 최종학력을 고졸·전문대졸로 한정하자,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지원 자격을 맞추기 위해 최종학력을 대졸에서 고졸로 낮추는 방법까지 공유된 형국이다.
직원 1인 평균 급여도 크게 뛰었다. SK하이닉스의 2025년 평균 급여는 1억8500만원으로 전년(1억1700만원)보다 58.1%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평균 급여는 1억5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 모바일·가전 등 전 사업부가 포함된 전사 평균인 만큼 SK하이닉스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반도체 업황 회복이 보상 기대감을 키운 흐름은 두 회사 모두에서 확인된다.
한 채용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기대감이 수억 원 단위로 구체화되면서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선호가 취업준비생과 10대 모두에게 실질적인 진로 계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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