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균관대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반도체계약학과에 동시 합격한 A양은 성균관대 진학을 택했다. 같은 조건이라면 수도권 거주의 장점을 포기할 수 없었다. 문과생이 공기업 취업을 위해 지방거점국립대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사이 이공계 대학에선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DGIST, 특목고 출신 4분의 1 토막
특히 과학고·영재고 등 특수목적학교(특목고) 출신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대학알리미와 종로학원에 따르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지난해 신입생 중 특목고 출신 비중은 9.1%에 불과했다. 4년 전인 2021년에는 38.2%에 달했으며 2023년엔 19.2%였다. UNIST도 지난해 신입생 중 특목고 출신 비율은 지난해 19.1%로 2023년(35.8%)보다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대전과 경북 포항에 있는 KAIST와 포스텍도 특목고 출신이 과거에 비해 덜 찾고 있다. 같은 기간 KAIST는 특목고 출신 비중이 74.9%에서 68.7%로, 포스텍은 52.9%에서 47.9%로 각각 줄었다.
특목고 졸업생은 대신 서울대 등 서울 수도권 소재 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지난해 554명의 과고·영재고 졸업생이 서울대로 가면서 548명인 KAIST를 제쳤다. 2024년엔 503명 대 564명으로 KAIST가 더 많다.
◇취업·창업에 수도권이 유리
이 같은 현상은 지역 간 경제 격차와 창업 열풍, 기업 접근성 등이 겹치면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과학고를 졸업하고 서울 소재 이공계대학을 택한 B씨는 “선배들은 지역에서 공학을 한다는 자부심과 장학금 등을 바라보며 과학기술원을 많이 선택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취업과 창업을 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서울에 자리를 두고 있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실제 DGIST가 있는 대구엔 기술 중심의 대기업 본사가 아예 없으며 경제 환경도 좋지 않다. 국가데이터통계처가 발간한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는 특별·광역시 가운데 청년들이 가장 떠나고 싶어 하는 도시 1위로 꼽혔다.
◇서울 중심 반도체계약학과가 보태
KAIST로 대표되던 지역의 이공계 특화대학의 아우라도 점점 사라진다는 지적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KAIST가 설립된 1970년대만 해도 이공계 특화 대학의 아우라가 강했지만, 그 이후 과학기술원이 3개 더 생겼다”며 “학교의 상징성이 떨어지니 벽지에 있다는 지리적 불리함이 부각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삼전닉스’란 별명이 나올 정도로 호황의 반도체회사들이 반도체학과 중심의 계약학과를 서울 소재 대학에 만든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성균관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등 수도권에 배정된 정원(280명)이 KAIST 포스텍 광주과학기술원(GIST) UNIST DGIST 등의 비수도권 정원(240명)보다 많다.
특히 대규모 성과급을 먼저 푼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계약학과는 고려대 한양대 서강대 등에만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서울에 반도체 계약학과가 더 많고, 이들 실력이면 거기에서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허진 기자 h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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