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경영권분쟁 점입가경
한진칼 주가 이틀새 69% 급등
델타 등 한진측 우호지분 많아
호반 실제 인수까진 가시밭길
증권가 “섣부른 매수는 금물”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매수로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진칼 주가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만 호반그룹이 한진칼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긴 힘든 상황이어서 추격 매수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4% 상승한 15만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에 이어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 12일 8만9200원(종가 기준)이었던 한진칼 주가는 이틀 만에 68.8% 상승했다.
지난 이틀간 한진칼 주식 거래량은 도합 약 160만주로, 지분 매입 공시 전 일평균 3만~9만주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거래량이 10배가량 늘었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이 나타난 이유는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17.44%서 18.46%로 늘렸다고 지난 12일 장 마감 이후 공시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호반그룹 한진칼 지분율(18.46%)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인(19.96%)과의 지분 차이는 1.5%포인트로 좁혀졌다.
1대 주주와 2대 주주 간 지분 격차가 작아지면서 많은 소액투자자가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당시 고려아연 주가가 최대 6배(주당 40만원대 → 최고가 240만원) 상승한 것을 근거로 한진칼 지분을 적극 매수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호반이 당장 한진칼 경영권을 획득하긴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한다.
한진칼 지분 구조를 보면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19.96%)은 델타항공(14.90%)과 산업은행(10.58%)을 우호지분으로 가지고 있다.
이에 더해 한진칼이 확보한 자사주 0.66%는 언제든지 타 그룹과 맞교환하며 우호지분으로 돌릴 수 있다. 조 회장에겐 총 46.10%의 지분이 있는 셈이다.
이 중 산업은행은 2020년 말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맡기면서 반대급부로 조 회장의 우호지분이 됐다.
보호예수기간이 끝나 산업은행이 언제든지 지분을 매각할 순 있지만, 아직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및 자회사 저가항공사(LCC) 통합 문제가 남아 있어 산업은행이 당장 한진칼 지분을 처분하긴 힘든 상황이다.
한진칼과 산업은행이 체결한 주주 간 계약 조건에 ‘PMI(통합 후 관리) 이행 책임’ 등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블록딜(장외 대량매매)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넘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호반그룹의 한진칼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조 회장 및 우호지분(46.10%)과 호반그룹(18.46%)을 제외한 35.44%의 지분 중에 소액주주 비중은 16.52%에 불과하다. 나머지 18.92%는 기관투자자들이 들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당시 MBK가 공개매수를 통해 유통주식 20% 중 5.34%만 확보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한진칼 유통주 35.44% 중에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주식은 10%가 채 안될 전망이다.
특히 기관투자자의 경우엔 한진그룹과의 거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적대적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구조다.
이를 감안할 때 호반이 계열사 자금을 기반으로 1조원 이상을 투입해 한진칼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현재 지분율을 감안하면 한진칼 지분을 20% 후반대만 확보하게 된다.
이는 설사 산업은행이 지분을 처분한다고 해도 조 회장 및 델타항공 지분(약 35%)만으로도 경영권 방어가 가능한 수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호반그룹의 지분 매입을 두고 경영권 분쟁 호조로 보고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며 “실제 경영권 인수 가능성은 크지 않기에 추격 매수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한진칼 경영권 인수라기보단 건설업 위주의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는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호반건설은 공사비 급등과 분양 침체 여파로 지난해 매출이 12% 감소하고, 분양 수익은 1조1476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대한전선 등 비건설 계열사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호반프라퍼티도 순이익이 4배 이상 늘며 유통과 전선 등 비핵심 부문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은 건설업 기여도가 갈수록 줄고, 대한전선 등 본업 외 부문의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진칼 경영권 인수 성공까진 못 가더라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만 실현해도 호반 입장에선 이익”이라고 내다봤다.
항공업계에서도 한진칼 지분 매수가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델타항공 등 대한항공의 글로벌 동맹사인 스카이팀 소속사들도 대한항공의 경영권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이들 외국 항공사의 한진칼 지분도 대한항공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항공사들 보유분까지 합하면 한진칼 주식의 과반이 대한항공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은 ‘문제가 없을 만큼 (지분은) 충분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