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도 “우리가 더 잘했다” 자찬한 홍명보, 韓 존중 잊지 않은 日 모리야스 감독 [용인 현장]

한국을 꺾고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한 일본 축구대표팀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어느 팀이 승리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한국팀 또한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앞서 한일전 패배 후 "일본보다 우리 선수들이 더 잘했다"고 자평한 홍명보 감독과는 대조를 이룬 평가였다.

모리야스 감독은 15일 오후 7시 24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최종전 한국전 1-0 승리로 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위해, 일본 대표로서 일본의 자부심을 가지고 이 대회와 이 경기에 임하고 선수들이 실천했기에 승리와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모리야스 감독은 "한국전은 초반부터 매우 힘들었고, 두 팀 모두 서로 가진 퀄리티를 발휘했다"며 "공격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수비하면서도 공격을 시도하는 걸 잊지 않았다. 회복력을 발휘하면서 한국팀 개개인의 능력과 팀으로서의 파워를 능가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모리야스 감독은 "오늘 경기는 어느 팀이 승리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매우 격렬했고 치열했고, 또 수준 높은 경기였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홍명보 감독 또한 월드컵 예선에서 훌륭한 팀 빌딩과 경기를 해왔다. 한국 팀 또한 뛰어나다고 생각한다"고 존중의 뜻을 내비쳤다.

그는 "한국은 피지컬적인 면에서 매우 강력한 팀이다. 강력한 플레이를 구사하면서 테크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약점에 대해선 따로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우리가 오늘 이겼도 3연승을 거뒀지만,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였다. 서로의 강점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생각하고, 더 빠르고 강도 높게 싸울 수 있도록 계속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모리야스 감독의 이같은 기자회견은 앞서 '패장' 홍명보 감독의 기자회견과는 대조를 이뤘다.

앞서 홍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결과도 아쉽고 실점 장면도 아쉽지만, 선수들은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전체적으로 오늘 양 팀을 놓고 봤을 땐, 우리 선수들이 일본보다 더 잘했다고 본다. 일본은 오늘 가진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홍명보 감독은 "물론 몇 장면이 있었지만, 일본은 전혀 우리 수비에 위협을 주지 못했다. 볼 점유율이나 슈팅 수, 모든 수치에서 우리가 앞섰다. 득점 장면 외에 일본은 우리 수비수들을 전혀 괴롭히지 못했다고 생각이 든다"며 "결과를 내지 못한 건 아쉽고 팬들에게 미안하다. 그래도 선수들한테는 희망을 본 경기였다"고 덧붙였다.

엇갈린 양 팀 사령탑 반응 속 이날 경기는 한국이 0-1로 졌다. 전반 8분 저메인 료에게 허용한 결승골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우리가 더 잘했다"는 홍명보 감독의 자찬과 달리 이날 한국의 유효슈팅 수는 90분 간 단 1개였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일본이 수비에 무게를 둔 덕분에 후반 경기를 주도했지만, 그럼에도 결실을 맺진 못했다.

한일전 패배의 아쉬움만큼이나 굴욕적인 기록들도 더해졌다. 당장 이날 패배로 한국은 2승 1패(승점 6)를 기록, 일본(3승)에 밀려 우승에 실패했다. 일본은 지난 2022년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한 반면, 한국은 두 대회 연속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12년 만에 한국에서 일본의 우승 세리머니가 또 열렸다.

나아가 한국은 지난 2021년 A매치 친선경기 0-3 패배, 2022년 E-1 챔피언십 0-3 패배에 이어 한일전 3연패, 3경기 연속 무득점이라는 기록까지 남겼다. 한일전 역사상 3연패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