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요 후원자…‘플랜 B 거주지’
억만장자세 부과하는 캘리포니아 떠나
밀레이 대통령과 ‘극우자유주의’ 일치
테크 거물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후원자로 ‘킹메이커’로 불리는 억만장자 피터 틸(58)이 최근 미국을 떠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주했다. 독일 태생으로 미국에서 자란 그는 뉴질랜드(2011년)와 몰타(2022년)에 이어 아르헨티나를 자신의 새로운 ‘플랜 B(비상 탈출구)’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심층 보도를 통해 틸이 지구 반대편인 남미의 끝자락으로 향한 배경에는 미국의 정치·경제적 변화에 대한 우려와 아르헨티나의 현 우파 지도자와의 깊은 사상적 공감대가 맞물려 있다고 해석했다.
왜 아르헨티나인가?
틸의 이주를 자극한 직접적인 계기 중 하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정치적 움직임이다. 최근 캘리포니아에서는 억만장자의 자산에 5%의 세금을 부과하는 주민발의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평소 증세와 규제에 강하게 반대해 온 틸은 이에 반발해 지난해 말부터 캘리포니아를 떠날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소 핵전쟁과 통제 불능 상태의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종말론적 위험을 경고해 왔다. 아르헨티나는 북반구의 지정학적 갈등과 핵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지리적으로 가장 안전하게 격리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것도 그의 선택을 설명해준다.
밀레이 대통령과의 사상적 밀월
틸의 이번 이주는 단순한 은둔을 넘어, 아르헨티나의 극우 성향 자유지상주의 대통령인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와의 전폭적인 교감 속에서 이루어졌다. 두 사람은 사회주의, 규제, 그리고 이른바 ‘워크(Woke, 깨어있는 척하는 진보주의)’ 문화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공유하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두 사람의 만남을 “무정부 자본주의자(Anarcho-capitalist)와 이를 현실로 구현 중인 또 다른 무정부 자본주의자의 만남”이라고 치하했다.
게다가 아르헨티나 정부는 대규모 투자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황금 여권’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 중이며, 내각총리는 “규제와 세금을 피해 도망치려는 전 세계 억만장자들을 환영한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기이한 행보에 현지에선 엇갈리는 반응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고급 저택을 매입하고 가족과 함께 이주한 틸은 현지에서 독특한 행보로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체스 클럽 대회에 출전해 3위를 차지하고 현지 어린이와 체스를 두는 소탈한 모습이 포됐다.
반면, 자신의 저택에 현지 경제학자들과 지식인들을 초청해 촉발한 촛불 만찬에서는 그가 평소 몰두해 온 주제인 ‘적그리스도와 전체주의 세계 정부의 도래’에 대해 심야 토론을 벌여 참석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의 등장을 두고 아르헨티나 여야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정부 지지층은 밀레이의 친시장적 개혁이 해외 거물 투자자를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는 증거라며 환호하고 있다.
야당 및 비판 세력은 국가가 통제 불능의 자본주의에 통째로 팔려 나가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틸이 공동 창립한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가 아르헨티나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선거에 개입할지 모른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틸은 아르헨티나 저택 외에도 이웃 나라인 우루과이의 해안 휴양지 인근 목장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핵전쟁 발발 시 대피할 ‘최후의 벙커’를 지으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현지의 또 다른 테크 기업가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러시아가 리투아니아를 먹는 순간, 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갈 것”이라며 억만장자들 사이에서 남미가 ‘문명의 플랜 B’로 각광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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