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인수 조건부승인
은행수익에 의존하던 우리금융
2곳통합해 새로운 생보사 출범
타금융과 순이익 격차 좁힐 듯
내부통제 강화에 1000억 투입
우리금융그룹이 생명보험사 인수를 통해 그룹 저변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 실적에 생보사 순이익을 반영함으로써 여타 금융지주와의 격차를 좁힐 뿐 아니라, 안정적인 보험 자산을 활용해서 해외 투자에도 적극 나설 수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포스증권(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 생보사까지 인수해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하게 됐다.
지난 1분기 우리금융은 61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 중 유일하게 1조원을 밑돌았다. KB금융(1조6973억원), 신한금융(1조4883억원)에 크게 뒤처졌을 뿐 아니라 3위 하나금융(1조1277억원)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는 주요 원인으로 높은 은행 의존도를 꼽는다. 1분기 금융그룹 당기순이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KB가 60.5%, 신한이 75.8%, 하나가 88%인 데 비해 우리는 102.8%나 된다. 은행 의존도가 높은 걸 넘어서 타 계열사의 손실을 은행 이익으로 메꾸는 수준이다. 타 금융지주가 카드, 증권, 보험사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때, 우리금융은 은행 위주의 사업으로 확장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당장 현 상태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기만 해도 연간 4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 증대 효과가 있다. 여기에 우리금융은 두 생보사를 통합해 새로운 생보사를 출범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영입한 성대규 우리금융 보험사 인수단장은 2021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해 신한라이프로 탄생시킨 바 있다.
향후 우리금융은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거래를 마무리하는 데 속도를 낼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500억원대의 계약금을 매각 측에 지불했으며, 오는 7~8월 1조4000억원대의 잔금을 납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우리금융은 두 보험사 경쟁력을 제고할 방안도 공개했다. 현재 양사가 외형 성장과 당기순이익 확대를 위주로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 인수 후에는 내실 성장과 미래 가치 확보, 건전한 자본 관리에 방점을 찍고 운영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보험사를 통해 유입된 자산을 각종 투자에 활용할 방침이다. 생보사 고객에게서 수취한 보험료는 보통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연 수익률 5% 안팎의 투자에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해당 자산을 활용해 연 10% 수준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국내외 사모신용펀드(PCF)와 각종 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우리금융은 그룹 자체의 내부통제를 개선하고 자본 건전성을 높일 계획을 공개했다. 어렵게 받은 조건부 승인인 만큼 지적사항을 고쳐나가는 데 자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금융감독원에서 통보받은 경영실태평가 조치요구사항 21건 중 17건을 완료했다고 알렸다. 특히 그룹 내부통제 강화에 노력을 기울인다. 향후 5년간 그룹 내부통제 인프라 구축에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박창영 기자 / 김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