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도입후 질문이 확 늘었어요”… 맞춤형 학습 콘텐츠도 제공[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14 hours ago 2

AI로 대학과 기업 교육방식 혁신하는 클라썸
AI 기반 학습플랫폼으로 개인 목적에 맞게 교육
대학 강의실선 질문 늘고, 기업 실무교육 효율도 ‘쑥쑥’
직무 분석-평가까지 ‘척척’… “모두의 잠재력 발휘 돕는 플랫폼”

이채린, 최유진 클라썸 대표이사(왼쪽부터)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직무 분석 및 평가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 대표는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직무 분석과 평가로 직무 담당자의 수용성이 높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이채린, 최유진 클라썸 대표이사(왼쪽부터)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직무 분석 및 평가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 대표는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직무 분석과 평가로 직무 담당자의 수용성이 높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시간을 아끼고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학습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클라썸(이채린, 최유진 각자대표이사)은 AI 기반 학습·교육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2018년 8월, 창업 당시부터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구축해, 대학이나 기업이 웹과 모바일에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과학·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이 회사의 이채린 대표이사(29)는 정보통신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 대표와 최유진 대표이사(33)를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한 학기 내내 질문이 10개도 안 나오던 대학 수업에서 클라썸의 학습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나면 질문이 300개까지도 쏟아진다”고 소개했다. 클라썸의 AI기반 학습관리시스템(LMS)에서는 익명으로 언제든 질문을 올릴 수 있다. 최 대표는 “다른 학생들의 질문과 답변을 보며 배우는 경험도 크다”고 했다.

● 질문 활성화의 힘

질문의 활성화가 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김동혁 교수가 클라썸 블로그에서 밝힌 후기는 꽤 묵직하다. 그는 “익명 질문 기능이 있으니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죄를 지었다고 하나?’ ‘기독교의 하나님은 사랑이라는 데 왜 지옥을 만들었나?’ 같은 통상의 수업 때라면 나오기 어려운 큰 질문들이 나온다”고 했다. 기독교 성서의 장과 절을 표현하는 숫자의 의미를 몰라 묻는 단순 질문도 나온다. 단순한 것 같아 질문을 하지 않으면 그만큼 이해는 더디게 되는 데 클라썸 시스템이 이를 예방하는 셈이다. 많은 질문은 교수를 더 공부하게 하고, 다음 학기의 강의록을 더 풍성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클라썸 LMS는 단순 질문과 답변 도구를 넘어, 챌린지·과제·피드백 등 다양한 소통 기능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강의나 중간고사 범위 내 학습 정리 내용을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교수는 이 과정을 지도하며 학생 참여를 독려한다. 과제도 제출·관리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졌다. 특히 반복되는 전형적 질문에 대한 답변은 AI가 강의 자료와 과거 질문·답변 자료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답을 해 준다. 이런 ‘AI 조교’ 덕분에 교수는 강의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최근 울산대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일환으로 클라썸의 차세대 LMS를 도입했다. 지역 대학 간 공유형 협력 교육에 클라썸의 서비스를 활용한다.

● 기업에 직무 분석 및 진단까지 제공

클라썸이 지난해 5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인적자원(HR) 콘퍼런스 ‘ATD 24’에 마련한 부스. 클라썸은 AI와 대화하며 임직원의 상황과 목표에 맞춰 성장 방향을 설계하는 솔루션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클라썸 제공

클라썸이 지난해 5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인적자원(HR) 콘퍼런스 ‘ATD 24’에 마련한 부스. 클라썸은 AI와 대화하며 임직원의 상황과 목표에 맞춰 성장 방향을 설계하는 솔루션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클라썸 제공
클라썸이 기업에 제공하는 서비스의 핵심은 ‘지식과 소통의 허브’ 구축이다. 임직원들은 직무, 리더십, 디지털 전환, 자격증, 최신 아티클 등 분야별로 검증된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자유롭게 신청해 수강할 수 있다. 특정 기업의 일부 콘텐츠만 제공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클라썸은 다양한 교육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폭넓은 콘텐츠를 한 플랫폼에서 제공한다. 특히 임직원들은 필요한 역량을 자율적으로 키울 수 있다. 예컨대 제조 공정에 AI를 결합하는 데 관심 있다면 클라썸의 학습 플랫폼이 기업 내·외부 자료를 종합해 맞춤형 교육 경로를 짜 주고, 학습 콘텐츠도 제공하는 식이다. AI 기반으로 사내 소통의 효율성도 높였다. 클라썸 ‘AI 도트’는 사내에 쌓인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반복되는 질문에 신속하게 답변한다. 워드나 엑셀, 파워포인트, PDF 등 다양한 파일과 게시글, 사내 규정 등을 실시간으로 탐색해 출처까지 명시한 답변을 제공한다. ‘클라썸 커넥트’는 기업 외부 고객의 문의에 자동으로 응대하는 시스템이다. AI가 고객 문의를 24시간 자동으로 응대해 상담 공백을 사실상 없애 준다.

최근에는 ‘스킬 기반 HR’ 솔루션으로의 확장을 진행 중이다. 클라썸은 AI 기술을 활용해 직무 분석, 필수 스킬 정의, 구성원별 스킬 진단 및 평가까지 자동화한다. 기업은 이를 통해 인재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맞춤형 교육과 배치, 평가, 보상에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클라썸은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로 직무와 스킬 정의, 평가 문항 생성까지 자동화해 신뢰도 높은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만약 반도체 기업 임직원의 직무를 분석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글로벌 유망 기업의 직무까지 참고해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관찰식 진단 방법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이 대표는 “AI와 클라썸의 전문가, 고객사의 직무 담당자가 직무 진단 문항부터 시뮬레이션 과제·면접 평가까지 모두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에 비해 최대 90%까지 줄어든다”며 “6∼7개월 걸리던 직무 분석이라면 2∼3주 만에 끝낼 수 있다”고 했다.

근래에 직무급제 도입이 늘어나면서 더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한 공기업에서는 클라썸 도입 후 “구성원 역량을 스킬 단위로 분석해 강점과 약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보완이 필요한 역량에 맞는 교육 추천까지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 대학과 기업 교육의 연계까지 꿈 꿔

클라썸은 “유·무료 버전을 통틀어 세계 32개국 1만3000여 곳이 우리의 AI 기반 학습 플랫폼을 사용 중”이라고 했다. 삼성과 LG, 현대차 등 주요 그룹별 기업들과 서울대와 KAIST, 연세대, 국민대, 숭실대, 인하대, 한림대, 울산대, 동의대, 대구한의대, 계명대, 배화여대, 대구대, 구미대 등에서 전체 혹은 일부가 활용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의 교육을 연계하는 큰 그림도 그려가고 있다. 최 대표는 “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최신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업에서 실제로 쓰는 코딩 언어와 사용자 경험(UX) 디자인, 업무 자동화 등 콘텐츠를 대학 LMS에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학생들은 학교 LMS에서 바로 실무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클라썸으로 공부한 학생이, 취업 후 회사에서도 클라썸을 쓰는 걸 보고 정말 보람을 느꼈다”며 “대학과 기업의 교육을 이어주는 클라썸이 되고 싶다”고 했다.

● ‘모두가 잠재력을 발휘하는 세상’이 우리의 길

클라썸의 사업 초기 아이디어는 대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대표가 KAIST 전산학부 과대표 시절, 학생들이 과목별로 자료를 공유하거나 궁금한 점을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껴 ‘과목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운영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채팅방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질문과 답변이 뒤섞이고, 모든 메시지에 일괄적으로 알림이 오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웠다. 이 대표는 “지속 가능한 서비스로 발전시키려면 창업을 통해 플랫폼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모션그래픽과 인지과학을 공부하던 최 대표가 공동 창업에 나섰다.

사업화 가능성에 대해 두 대표는 학생과 교수, 조교 등 강의와 관련된 모든 구성원이 서로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는 ‘강의별 소통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면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창업 이후 힘든 일은 끊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사업은 5개의 문제를 해결하면 7개의 문제가 생기는 게 일상”이라며 “그럴 때마다 온전히 신뢰하면서 문제를 함께 해결할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 큰 버팀목이 됐다”고 했다. 두 사람은 ‘모든 사람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창업의 본질적 목표를 끊임없이 되새긴 것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두 사람은 클라썸의 서비스를 통해 “대학부터 기업까지 한 개인의 성장 데이터를 연결해, 인간의 잠재력이 실현되는 과정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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