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대학과 기업 교육방식 혁신하는 클라썸
AI 기반 학습플랫폼으로 개인 목적에 맞게 교육
대학 강의실선 질문 늘고, 기업 실무교육 효율도 ‘쑥쑥’
직무 분석-평가까지 ‘척척’… “모두의 잠재력 발휘 돕는 플랫폼”
이 대표와 최유진 대표이사(33)를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한 학기 내내 질문이 10개도 안 나오던 대학 수업에서 클라썸의 학습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나면 질문이 300개까지도 쏟아진다”고 소개했다. 클라썸의 AI기반 학습관리시스템(LMS)에서는 익명으로 언제든 질문을 올릴 수 있다. 최 대표는 “다른 학생들의 질문과 답변을 보며 배우는 경험도 크다”고 했다.
● 질문 활성화의 힘
질문의 활성화가 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김동혁 교수가 클라썸 블로그에서 밝힌 후기는 꽤 묵직하다. 그는 “익명 질문 기능이 있으니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죄를 지었다고 하나?’ ‘기독교의 하나님은 사랑이라는 데 왜 지옥을 만들었나?’ 같은 통상의 수업 때라면 나오기 어려운 큰 질문들이 나온다”고 했다. 기독교 성서의 장과 절을 표현하는 숫자의 의미를 몰라 묻는 단순 질문도 나온다. 단순한 것 같아 질문을 하지 않으면 그만큼 이해는 더디게 되는 데 클라썸 시스템이 이를 예방하는 셈이다. 많은 질문은 교수를 더 공부하게 하고, 다음 학기의 강의록을 더 풍성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클라썸 LMS는 단순 질문과 답변 도구를 넘어, 챌린지·과제·피드백 등 다양한 소통 기능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강의나 중간고사 범위 내 학습 정리 내용을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교수는 이 과정을 지도하며 학생 참여를 독려한다. 과제도 제출·관리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졌다. 특히 반복되는 전형적 질문에 대한 답변은 AI가 강의 자료와 과거 질문·답변 자료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답을 해 준다. 이런 ‘AI 조교’ 덕분에 교수는 강의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최근 울산대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일환으로 클라썸의 차세대 LMS를 도입했다. 지역 대학 간 공유형 협력 교육에 클라썸의 서비스를 활용한다.
● 기업에 직무 분석 및 진단까지 제공
최근에는 ‘스킬 기반 HR’ 솔루션으로의 확장을 진행 중이다. 클라썸은 AI 기술을 활용해 직무 분석, 필수 스킬 정의, 구성원별 스킬 진단 및 평가까지 자동화한다. 기업은 이를 통해 인재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맞춤형 교육과 배치, 평가, 보상에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클라썸은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로 직무와 스킬 정의, 평가 문항 생성까지 자동화해 신뢰도 높은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만약 반도체 기업 임직원의 직무를 분석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글로벌 유망 기업의 직무까지 참고해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관찰식 진단 방법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이 대표는 “AI와 클라썸의 전문가, 고객사의 직무 담당자가 직무 진단 문항부터 시뮬레이션 과제·면접 평가까지 모두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에 비해 최대 90%까지 줄어든다”며 “6∼7개월 걸리던 직무 분석이라면 2∼3주 만에 끝낼 수 있다”고 했다.
근래에 직무급제 도입이 늘어나면서 더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한 공기업에서는 클라썸 도입 후 “구성원 역량을 스킬 단위로 분석해 강점과 약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보완이 필요한 역량에 맞는 교육 추천까지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 대학과 기업 교육의 연계까지 꿈 꿔
클라썸은 “유·무료 버전을 통틀어 세계 32개국 1만3000여 곳이 우리의 AI 기반 학습 플랫폼을 사용 중”이라고 했다. 삼성과 LG, 현대차 등 주요 그룹별 기업들과 서울대와 KAIST, 연세대, 국민대, 숭실대, 인하대, 한림대, 울산대, 동의대, 대구한의대, 계명대, 배화여대, 대구대, 구미대 등에서 전체 혹은 일부가 활용하고 있다.대학과 기업의 교육을 연계하는 큰 그림도 그려가고 있다. 최 대표는 “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최신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업에서 실제로 쓰는 코딩 언어와 사용자 경험(UX) 디자인, 업무 자동화 등 콘텐츠를 대학 LMS에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학생들은 학교 LMS에서 바로 실무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클라썸으로 공부한 학생이, 취업 후 회사에서도 클라썸을 쓰는 걸 보고 정말 보람을 느꼈다”며 “대학과 기업의 교육을 이어주는 클라썸이 되고 싶다”고 했다.
● ‘모두가 잠재력을 발휘하는 세상’이 우리의 길
클라썸의 사업 초기 아이디어는 대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대표가 KAIST 전산학부 과대표 시절, 학생들이 과목별로 자료를 공유하거나 궁금한 점을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껴 ‘과목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운영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채팅방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질문과 답변이 뒤섞이고, 모든 메시지에 일괄적으로 알림이 오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웠다. 이 대표는 “지속 가능한 서비스로 발전시키려면 창업을 통해 플랫폼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모션그래픽과 인지과학을 공부하던 최 대표가 공동 창업에 나섰다.
사업화 가능성에 대해 두 대표는 학생과 교수, 조교 등 강의와 관련된 모든 구성원이 서로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는 ‘강의별 소통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면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창업 이후 힘든 일은 끊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사업은 5개의 문제를 해결하면 7개의 문제가 생기는 게 일상”이라며 “그럴 때마다 온전히 신뢰하면서 문제를 함께 해결할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 큰 버팀목이 됐다”고 했다. 두 사람은 ‘모든 사람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창업의 본질적 목표를 끊임없이 되새긴 것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두 사람은 클라썸의 서비스를 통해 “대학부터 기업까지 한 개인의 성장 데이터를 연결해, 인간의 잠재력이 실현되는 과정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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